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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Mar 03. 2023

당신의 생각은 정말 당신의 것일까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바  있는 영화 ‘캡틴 판타스틱’에서 주인공인 아버지는 문명을 거부하고 숲 속에서 6남매를 키운다. 아이들은 인류의 고전을 읽고, 철인 3종 경기 선수처럼 신체를 단련하며,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완벽한 교양인으로 키워진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방식은 벽에 부딪치고,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타협을 한다. 숲 속에서 나와 시골 마을에서 닭을 키우고 텃밭을 일구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사피엔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지구를 이렇게 묘사한다. “과거 녹색과 푸른색이던 우리의 행성은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으로 만든 쇼핑센터가 되어가는 중이다.”라고. 영화 속 아버지 캡틴은 그 쇼핑센터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20세기 위대한 지성인인 노엄 촘스키의 생일을 국경일처럼 경축하는 캡틴은 아이들이 “자본주의-소비지상주의 이념”에 종속되지 않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런데 캡틴 가족이 숲에 들어가게 된 계기는 어머니인 레슬리의 조울증을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에 레슬리는 숲 속에서 플라톤의 이상국을 실현하게 되었고,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고 좋아하였지만 조울증은 더 심해진다. 결국 병원 치료를 위해 숲을 떠나고 그녀는 자살로써 삶을 마감한다.

결혼 전 레슬리는 변호사였다. 그런데 첫째인 아들 보를 낳고 변호사를 그만둔다. 여기서 그녀는 유발 하라리가 말한 “상상의 질서”에 따라 행동하였다고 볼 수 있다. 직업을 그만두고 엄마 역할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결코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의 “상상의 질서” 곧 모성신화가 주입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이들 곁에 늘 머물 수 있고 이상국으로 생각하는 숲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슬리의 조울증은 심해진 것은 모성신화가 레슬리에게는 “상상의 질서”였다는 반증이다. 모성신화는 그녀를 위한 ‘현실적인 질서’가 아니었던 것이다. 외부에서 주입된 가치와 자기 내면의 욕구는 갈등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그녀는 조울증으로 도망을 친 것이다. 그런데 만약에 그녀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라리는 레슬리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해 준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사고방식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여러 가지 “상상의 질서” 즉 문화에 세뇌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자신이 속한 사회가 믿는 가치를 자신의 가치로 받아들인다. 그래야 자신의 삶의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집단의 환상을 자신의 환상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레슬리처럼 이러한 기성복 같은 행복과 자신에게 꼭 들어맞는 맞춤형 행복과의 괴리를 느끼면서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하라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하여 실천하기 어려운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즉 “행복을 얻는 비결은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자신이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를—파악하는"  것이다.

어머니인 레슬리가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고 가족으로부터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추구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그러한 그녀의 자유로운 비행이 결국에는 가족 모두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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