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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May 12. 2023

청소년 자살에 대한 짧은 생각

제가 가입해 있는 밴드에서 어떤 분이 청소년 자살에 대한 질문을 제게 남겼습니다. 어느 미국 여성 시인이 자살을 했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는 제 댓글을 보고 남긴 것이었습니다. 그 시인이 쓴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시를 보며 자연도 그를 위로하지 못할 만큼 외로움이 컸을 것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짠한 마음이 들었던건데요 그의 질문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000님이 하신 질문이 저도 평소에 관심이 있는 이슈라서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아시다시피 대학을 졸업하면 대체로 전공과는 무관하게 살아갑니다. 더욱이 제 전공이 심리학, 교육학, 사회학, 사회복지학 등과 같은 전공이 아니었으므로 단순히 반백년 이상 살아오면서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말씀드립니다.


1. 봄의 꽃처럼 피어날 우리 청소년들을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몰고 간(죽음이 주는 공포와 두려움보다 더 큰)  그 무언가는 무엇일까유?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는 것은 그들의 우울증이라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할 것입니다.


우울증의 단초로 생각나는 것은 외로움, 절망, 좌절 같은 감정입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성장을 하는 대신 경쟁이 심하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꽃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공통점도 있지만 얼마나 다양합니까? 수분의 양, 햇빛의 양 등 원하는 것도 다 다른데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스트레스를 많이 줍니다. 공부 잘하면 잘살고 있다고 등 두드려주고 못하면 무슨 죄라도 지은 것처럼 바라보니 그들 중에는 미치고 펄쩍 뛰고 싶은 아이들이 생기겠지요. 그러다 결국에는 스스로 좌절하고 그래서 외롭고 그러다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라 봅니다. (물론 우울증의 시작이 성적비관만은 아니지만요.)


2. 만약 그 무엇인가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면(미래에는 아니기를 바라면서), 이 사회는--우리는, 그리고 나는--과연 그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유?


우리 어른들도 그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하겠죠. 그런 마인드로 세팅된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 직장에서도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지면 죽을 것 같고 그러면 우울해지고 그러지 않을까요? 그리고 사회가 전반적으로 성장, 성과를 향해 치닫고 있는데 그 안에서 느끼는 압박에서 자유롭기가 어렵겠죠.


3. 마지막 질문인데유. 좋은 사회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라고 하쥬. 그럼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바꾸어야 할 시스템은 무엇이고,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유?


청소년 자살 문제는 단순히 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민낯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요즘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을 꼭 가야 되냐라고 반문하는 아이들, 사자 직업군에 들어가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려는 아이들, 남들과 잘 비교하지 않는 경향 등 베이비부머 세대와 비교하면 쿨한 아이들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아직 심지가 굳어지지 않은 성장 중인 아이들이니 주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입니다.


그래서, 시스템까지는 제게 버거운 주제이고요, 그저 생각나는 것은 아이들이 나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부모들도 자연스럽게 그러한 가치 트렌드를 받아들이게 하면 좋겠는데 말이죠.


교육계와 미디어의 역할이 클 것 같습니다. 그저 제 생각입니다.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 특히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가능하면 고등학교까지 선생님들이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면 공부 못한다고 스스로 외로워하는 아이들이 어지겠지요. tv 방송에서는 그런 아이들 즉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는 또는 창의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계획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생기면 좋을 것 같고, 또 그런 교육환경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사례, 학교 사례, 부모님들의 사례(전에 EBS에서 이런 류의 다큐를 보기는 했는데요)를 널리 알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개개인은 뭘 할까요?


이렇게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대단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을 갖고 있다 보면 보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요. 우선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것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000님처럼 유머감각을 살리시는 것도 좋고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봉사를 하는 것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대학동문들을 위한 탁구동호회를 조직하여 초대회장을 맡고 사람들이 큰돈 안 들이고 웃으며 운동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회비는 적게 걷고 후원금을 걷어 살림을 하려고 했습니다. 장소는 모교 체육관을 무료로 대관하고요.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면 더 선해지고 좀 더 지혜로워지고 하는 그런 선순환이 사회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느 다큐를 보니까 돌담을 만드는데 큰 돌, 작은 돌이 모두 필요하더라고요. 누구는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 큰 물로 뛰어들고 누구는 이웃들을 위해 아파트 뒤뜰에 꽃씨를 뿌리면서 그렇게 살면 되겠지요. 그런 분들 하나하나가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에 소중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사회가 이렇게 더불어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에 더 가치를 두면 아이들도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는 나다운 사람이 되는 것에 촛점을 맞추는 "건행한" 존재가 되지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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