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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 위버 Jun 03. 2023

'더 글로리'를 보고

우리에게 달달한 백일몽을 꾸게 하는 드라마들

‘더 글로리’의 유명세를 알고 있었다. 김은숙이 썼으니 잘 썼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폭력이라는 주제가 어둡게 느껴져서 혹시나 사람을 침울하게 할까 봐, 그리고 대중성을 위해서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끌고 가지는 않을까 생각해서 보지 않았다. 그런데 지인이 추천을 했고 영화에 대해 꽤 안목이 있는 아들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보게 된 ‘더 글로리’. 김은숙 작가의 내공이 느껴졌다. 복수를 위한 놀라운 두뇌 플레이가 극에 

몰입하게 했고 약자의 억울함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가지고 있지 않은, 추운 겨울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무표정한 주인공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는 모습을 통해서 위안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회에 나오는 송골매의 “아가에게”라는 노래에 꽂혔다. OST나 삽입곡은 심쿵의 소스이다. 드라마를 본 후에 얼마동안 그 노래를 들으면 뭔지 모를 달콤함에 빠져든다. 아직도 내게 효력이 있는 OST로 ‘이태원 클라쓰’의 “그때 그 아인”이 있다.


그 달콤함의 정체는 뭘까?....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세상...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사람도 사랑받는 세상...사람과 사람의 연대로 악을 제거해 나가는 그런 달달한 세상에 잠시 꿈처럼 머물다 깨어난 후 OST나 삽입곡은 그 드라마 안에 머물렀을 때의 나의 느낌을 기억나게 해주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들은 말이나 본 행동은 쉽게 잊혀져도 그 순간의 느낌은 오래간다고 했다. 한동안 “아가에게”는 내게 행복한 느낌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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