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집으로 돌아가는 마을버스
평소와는 다른 여유로움
서서 가는 사람 없이
모두 자리에 앉아있고
심지어 남는 자리도 있는
그렇게 마음도 가볍고
월요일은 다시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자유
직장동료들과 닭갈비에 술 한잔을 하고
시답잖은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다가
결국 뒷담화로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버스 차창으로 스치는 물체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지나가버린다
뭐가 뭔지도 모르도록
그렇게 지나는 나의 시간들도
뭐가 뭔지도 모르게 사라진다
늘 이 시간이 되면
해보지도 못하고 포기했던 것들이 자꾸 떠오른다
지금이라도
지금이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계속 이렇게 살 순 없지 않냐고
짧은 한숨에 버스창이 뿌예진다
잠깐 멈춰 선 정류장엔
나 같은 사람이 앉아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순간 내려서 그 사람과 커피 한 잔 하고 싶다
그러나 참는다
다음에 내려야 한다
마음속 경고 같은 빨간등이 켜지는 벨이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