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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숨, 다시 품이 된다>

15화 입시라는 계절 앞에

by 숨결biroso나

세상의 모든 엄마는

보이지 않는 숨을 품고 산다.


그 숨은

어린 날 아이의 발등을 덮어주던 담요가 되고,

밤새 뒤척이는 기도를 태운 촛불이 되고,

눈빛 하나로 전해지는

말 없는 편지가 된다.


아이들이 자라

먼 길을 떠나도

엄마의 숨은 따라간다.

이름 없는 바람처럼

스쳐가지만 결코 흩어지지 않는 바람.


때로는 무겁게 눌러

아이의 걸음을 멈추게도 하고,

때로는 가볍게 밀어

더 먼 길로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숨은

아이의 삶에 남아

어디서든 불어오는

따뜻한 계절이 된다.







https://brunch.co.kr/@35dd7bd1eed84a7/995


그날, 입시 상담실 앞에서 울던 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교복 셔츠에 눌린 주름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잠든 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 이마 위로 손을 얹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쓸어내리기만 했다.


그 작은 이마 위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까.

아직 아무것도 끝난 게 없는데,

아이 마음엔 이미 겨울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나도 멀어지고 있었구나.., "

내 딸이니까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입시의 무게도,

두려움과 울음의 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더 자주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다.


퇴근한 밤, 물 한 컵에 숨부터 돌리고

밥도 안 먹은 채 눕는 날들이 많았다.

나도 지쳐, 아이의 하루를 듣는 것보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사랑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 사랑을 쥐고 있어야 할 두 팔이

자꾸만 무릎 위로 떨어졌을 뿐.





조언보다 온기를...

어린 시절

엄마는 내 공부에 관한 한 늘 말이 없었다.

묻지도 않고, 챙겨주지도 않았다.


그게 야속해서

나는 딸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말이라도, 조언이라도, 정보라도.


그러나 점점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가만히 안아주는 품이었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그런 말보다도,


한 번 더 꼭 안아주는 일.

그게 진짜 위로라는 걸.


딸의 울음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부모란

정답을 먼저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 옆에 서주는 사람이라는 걸.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밑에서 받쳐주는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시 다짐했다.

앞으로도 딸 옆에 다정한 숨처럼 머무르겠다고.


조언보다 온기를,

가르침보다 기다림을 먼저 건네겠다고.








9월의 첫날, 고3 수험생의 가을 문턱은
아이도 부모도 함께 견디는 계절의 시작인듯요.


대입 수시 원서철이 막상 다가오니

아이들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품이 되어주고

등을 토닥여 주며 말 없는 위로를 하려 합니다.


그렇게

다시 품이 되어주는 게 엄마의 자리인가 봅니다.



"입시의 긴 터널 앞에서

아이를 다독이며 서 있는 모든 부모의 마음에도

조용히 숨 하나 얹어 드립니다."


"오늘의 숨은,

다시 안아주는 품의 마음이었다."


by 《엄마의 숨》 ⓒbiroso나.



“너의 걸음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어.”

《엄마의 숨》은 매주 화/토요일 연재중입니다.



#엄마의숨 #고3입시 #사랑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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