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입시라는 계절 앞에
세상의 모든 엄마는
보이지 않는 숨을 품고 산다.
그 숨은
어린 날 아이의 발등을 덮어주던 담요가 되고,
밤새 뒤척이는 기도를 태운 촛불이 되고,
눈빛 하나로 전해지는
말 없는 편지가 된다.
아이들이 자라
먼 길을 떠나도
엄마의 숨은 따라간다.
이름 없는 바람처럼
스쳐가지만 결코 흩어지지 않는 바람.
때로는 무겁게 눌러
아이의 걸음을 멈추게도 하고,
때로는 가볍게 밀어
더 먼 길로 보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숨은
아이의 삶에 남아
어디서든 불어오는
따뜻한 계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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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입시 상담실 앞에서 울던 딸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교복 셔츠에 눌린 주름 그대로,
책상에 엎드린 채로 잠든 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조용히 다가가
그 이마 위로 손을 얹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쓸어내리기만 했다.
그 작은 이마 위로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오갔을까.
아직 아무것도 끝난 게 없는데,
아이 마음엔 이미 겨울이 내려앉은 것 같았다.
내 딸이니까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입시의 무게도,
두려움과 울음의 결도.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아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나는 더 자주 조용히 멀어지고 있었다.
퇴근한 밤, 물 한 컵에 숨부터 돌리고
밥도 안 먹은 채 눕는 날들이 많았다.
나도 지쳐, 아이의 하루를 듣는 것보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은 마음이 먼저였다.
사랑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그 사랑을 쥐고 있어야 할 두 팔이
자꾸만 무릎 위로 떨어졌을 뿐.
어린 시절
엄마는 내 공부에 관한 한 늘 말이 없었다.
묻지도 않고, 챙겨주지도 않았다.
그게 야속해서
나는 딸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었다.
말이라도, 조언이라도, 정보라도.
그러나 점점 알게 되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설명이 아니라
가만히 안아주는 품이었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그런 말보다도,
한 번 더 꼭 안아주는 일.
그게 진짜 위로라는 걸.
딸의 울음을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비로소 알았다.
부모란
정답을 먼저 말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흔들리는 마음 옆에 서주는 사람이라는 걸.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밑에서 받쳐주는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나는 다시 다짐했다.
앞으로도 딸 옆에 다정한 숨처럼 머무르겠다고.
조언보다 온기를,
가르침보다 기다림을 먼저 건네겠다고.
9월의 첫날, 고3 수험생의 가을 문턱은
아이도 부모도 함께 견디는 계절의 시작인듯요.
대입 수시 원서철이 막상 다가오니
아이들의 불안감이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품이 되어주고
등을 토닥여 주며 말 없는 위로를 하려 합니다.
그렇게
다시 품이 되어주는 게 엄마의 자리인가 봅니다.
"입시의 긴 터널 앞에서
아이를 다독이며 서 있는 모든 부모의 마음에도
조용히 숨 하나 얹어 드립니다."
"오늘의 숨은,
다시 안아주는 품의 마음이었다."
by 《엄마의 숨》 ⓒbiroso나.
“너의 걸음 하나하나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어.”
《엄마의 숨》은 매주 화/토요일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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