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우리가 가진 가장 다정한 방은, 쓰는 동안 발견되는 우리 자신이다
가끔 생각한다.
나는 왜 쓰고 있었을까?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으려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나는 문장 앞에 앉아 있었다.
쓰지 않으면 소란스럽고,
쓰고 나면 조금 덜 아프고,
쓰는 동안만큼은
비로소 내가 되는 느낌.
누구보다 예민한 감각을 가진 것도,
대단한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루를 살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말들이 있었고,
그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쓰기 시작했을 뿐이다.
한 달 전 브런치에 발을 디딘 후
처음 ‘작가’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매우 낯설었다.
그건 나와는 먼 이름 같았다.
나는 내 글을 ‘기록’이라 불렀지,
‘작품’이라거나 ‘작가의 글’이라곤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렴풋이 알았다.
이제는 내 감정을 털어놓는 글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아야 할 글을 써야겠다는 걸
한 달 전과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브런치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 때문이다.
브런치는 나에게 선물 같은 공간이 되었다.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곳.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저 나 자신으로 앉아,
나를 적어 내려가는 공간.
세상 한가운데 있지만
잠시 나로 숨 쉴 수 있는,
나만의 방.
첫 댓글이 달렸던 날을 나는 기억한다.
“다음 글 기다릴게요.".....
짧은 그 한 줄에 마음이 한참 울컥했다.
내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았구나.
내 글이, 누군가에게 숨처럼 건너갔구나.
그때 알았다.
글은 혼자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앉아
“나도 그래요.”
그 말을 건네는 일이구나.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여성에게는 자기만의 방과 약간의 돈이 필요하다.”라고
여기에 마음속으로 덧붙인다.
모든 사람에게는
온전한 자기만의 공간,
곧 자기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나는 앞으로도
특별한 이야기를 쓰려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특별하지 않은 나를
숨처럼 적어나가고 싶다.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도,
화려한 수식어가 없어도,
누군가의 마음에
다정한 숨결로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오늘도 쓰는 자리에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어지러운 하루를 다독이며,
쓰는 동안만큼은
비로소 내가 되어간다.
브런치는 나에게 그런 공간이다.
세상 속에서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그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숨결처럼 닿기를 바라는 곳.
오늘도 쓰며 살아간다.
숨처럼, 다정히,
그리고 끝끝내, 나로서.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
《숨 쉬듯, 나를 쓰다》는 글을 쓰며, 숨 쉬게 된 여정을 담은 따뜻한 성장 기록입니다. 써 내려간 마음의 결을 따라 당신에게 도착하는 위로의 노트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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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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