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잊지 못한 계절의 조각들
오래된 서랍을 열었다.
바닥에 엎드린 낡은 엽서 한 장이
조심스레 눈에 들어왔다.
보내지 못한 문장,
끝내 쓰지 못한 인사말,
기억이라기보단
감정에 가까운 잔상.
엽서 속 여름은
언제나 밝았고,
언제나 조금 저물어 있었다.
그 계절엔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빛의 모서리마다
쓸쓸함이 묻어 있었고,
그 침묵조차 아름다웠다.
나는 가끔
그 여름을 꺼내본다.
햇살의 결,
바람의 온기,
손끝에 닿던 웃음소리,
마음 한켠에 남은 빛과 그림자의 조각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실은 서랍 속 어딘가에
조용히 접혀 있었다.
그 여름의 나는
아직도 말끝에 서성이고,
그 여름의 당신도
엽서 한 귀퉁이에 앉아 있다.
지나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한때 마음을 쥔 것들은
언제나 우리 안 어딘가에
고요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걸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는 지금,
마음에도 쉼표 하나가 놓인다.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매주 수/토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쉼이 있는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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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월 《엄마의 숨》
2) 화/ 토 《78개의 마음》
3)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4) 수 /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5) 목 《별을 지우는 아이》
6) 목 《무너지는 나를 바라보는 기술》
7)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8) 일 《말없는 안부》
9) 일/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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