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서랍 속 엽서 >

17화 잊지 못한 계절의 조각들

by 숨결biroso나

오래된 서랍을 열었다.
바닥에 엎드린 낡은 엽서 한 장이
조심스레 눈에 들어왔다.

보내지 못한 문장,
끝내 쓰지 못한 인사말,
기억이라기보단
감정에 가까운 잔상.

엽서 속 여름은
언제나 밝았고,
언제나 조금 저물어 있었다.

그 계절엔
말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빛의 모서리마다
쓸쓸함이 묻어 있었고,
그 침묵조차 아름다웠다.

나는 가끔
그 여름을 꺼내본다.
햇살의 결,
바람의 온기,

손끝에 닿던 웃음소리,
마음 한켠에 남은 빛과 그림자의 조각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실은 서랍 속 어딘가에
조용히 접혀 있었다.

그 여름의 나는
아직도 말끝에 서성이고,
그 여름의 당신도
엽서 한 귀퉁이에 앉아 있다.

지나간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한때 마음을 쥔 것들은
언제나 우리 안 어딘가에
고요히 살아 있다.

그리고 그걸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는 지금,
마음에도 쉼표 하나가 놓인다.






지나간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용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을 뿐이다.


by 숨결로 쓴다 ⓒ biroso나.



한때의 마음이었을지라도,
어느 날 우리를 다시 안아줄 때가 있다.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매주 수/토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쉼이 있는 <biroso나의 숨결 감성 연재>

──────────────

1) 월 《엄마의 숨》

2) 화/ 토 《78개의 마음》

3) 수/ 금 《다시, 삶에게 말을 건넨다》

4) 수 / 토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5) 목 《별을 지우는 아이》

6) 목 《무너지는 나를 바라보는 기술》

7)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8) 일 《말없는 안부》

9) 일/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
#마음의쉼표 #서랍속엽서 #조용한회상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 낮잠 속의 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