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네이밍의 리네이밍, 원래 이름으로 돌아간 브랜드들

360 Discovery

by 삼육공컴퍼니

브랜드 네임을 바꾼다고 하면 제일 먼저 예산과 일정부터 계획합니다.그만큼 경제적, 시간적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브랜드 네임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비용뿐 아니라, 새로운 이름이 확산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 과정에 들어가는 마케팅까지 고려하면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일이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힘든 과정을 거치고도 다시 옛날 브랜드 네임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들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1. 영국 국영 우편 서비스 Royal Mail 케이스


영국에서는 우편서비스 Royal Mail이 리네이밍 15개월 만에 원래 이름으로 돌아간 사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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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국영 우편 서비스(The Post Office)는 1516년 설립된 유서 깊은 우편 서비스 회사입니다.


대중들에게는 우편 배송 서비스 브랜드인 Royal Mail로 인식되는 이 회사는 현 명칭이 국영우편서비스가 하는 일을 잘 표현하지 못하고, 브랜드성도 낮다는 이유로, 2001년 ‘Consignia’로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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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ignia는 탁송물을 의미하는 ‘Consignment’의 변형으로 통신, 유통,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그룹의 역동성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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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50년 전통을 버린 이 200만 파운드짜리 리네이밍 프로젝트는 내부와 외부의 반발로 금방 간판을 내렸습니다.


Royal Mail의 리네이밍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2가지입니다.


첫째, 수세기의 전통성을 버린 점

오래된 브랜드들은 어느 시점이 되면 새로운 이미지를 갖고 싶어 고민하다가 갑자기 낯 선 모습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을 당황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Royal Mail이 바로 그런 선택을 하였습니다.


둘째, 내부 직원과 외부 고객들 모두에게 리네이밍의 이유를 공감 받지 못한 것도 요인입니다.

한 언론은 새 브랜드를 ‘근래 기업 역사상 가장 조롱받는 이름’이라고까지 평했고, 고객들은 Consignia가 Royal Mail과 같은 회사인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는 바로 브랜드 인지도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로 Consignia는 개명 15개월 만에 11억 파운드 (약 1조 7천억원)의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결국 Consignia는 2002년부터 단계적으로 예전 이름으로 부활하였습니다.


Royal Mail의 사례는 전통 깊은 브랜드가 브랜드의 유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을 때 저지를 수 있는 실패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다행히 2022년 모회사인 Royal Mail plc가 International Distribution Services pls (IDS)로 사명을 변경할 때도 Royal Mail의 브랜드명은 유지한 것을 보면 아픈 경험이 뼈와 살이 되어 반영된 것 같습니다.



2. WBC의 HBo Max 케이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2020년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를 런칭 후 2023년 Max로 변경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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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왕좌의 게임’으로 많이 알려진 HBO는 고퀄리티지만 수위 높은 콘텐츠로도 유명한데, 이 이미지가 가족 친화적인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이름 Max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내부에서는 심플하고 명확하다는
판단에 선택한 이름이지만, 디즈니+와 넷플릭스가 각자만의 브랜드로 차별화를 강화하고 있을 때 이렇게 평이한 표현은 HBO가 쌓아온 브랜드 가치가 단절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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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2025년 5월 다시 HBO max로 빠르게 돌아오면서 리네이밍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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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로 보면 Max가 런칭한 직후인 2023년 2분기 WBD의 통합 스트리밍 가입자 수는 약 180만명 감소하였고, 주가는 약 6% 하락하였습니다.

고객들은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HBO로 인식하고 있었고 Max가 목표로 했던 ‘가족 친화적인 콘텐츠’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기는커녕 온라인에서는 Max의 리네이밍을 풍자하는 밈이 넘쳐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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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의 리네이밍 패착은 확장에 집중하느라 이미 확보된 브랜드 자산을 정당히 평가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처음 언급한 대로 HBO에는 우수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자극적인 장면과 내용이 많아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성인 고객에게는 믿고 본다고 인식될 정도로 콘텐츠 품질의 신뢰를 갖추었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질린 성인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로 충분히 차별화를 했고, 그 차별화 이미지는 HBO가 가지고 있었는데 Max로 리네이밍을 하면서 이미지 단절이 생긴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인지한 Max는 다시 HBO Max로 돌아오며 자조 섞인 메시지로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심기일전 돌아온 HBO Max는 콘텐츠의 양이 아닌, 어른과 가족을 위한 고품질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으로, 2026년 목표 가입자 수를 1억 5천만명까지 확보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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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을 야기시킨 대가로 한동안은 일관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데 집중해야 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HBO Max는 쉽게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의 정체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한국산업은행 CI 케이스


한국에서는 한국산업은행이 이름을 두 번 바꾼 적이 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은 1954년 설립 후 ‘한국산업은행’ 명칭을 계속 쓰고 있었지만 2005년 민영화 및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kdb산업은행으로 CI를 변경하였고, 2009년에는 본격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대문자 KDB산업은행으로 확정하여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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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는 한국산업은행의 영문명인 Korea Development Bank의 이니셜입니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에서는 흔히 볼 수 있고, 종종 기업이 추구하는 철학이나 가치의 의미를 추가적으로 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KDB의 민영화 작업이 없던 일이 되고 국책은행의 지위에 남게 되면서 엄격한 잣대가 들어왔습니다.

KDB 이름 자체가 이미 ‘한국산업은행’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미가 중복된다는 지적과 법인명은 ‘한국산업은행’인데 CI를 다르게 사용하니 대외 홍보 자료나 문서 표기에서 혼선을 초래한다는 이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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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처음 kdb산업은행으로 CI를 변경한 지 약 20여 년, 한국산업은 ‘한국산업은행’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의 사례는 대외적인 혼란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고객들은 어떤 이름이든 ‘산은’으로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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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HBO Max 사례와 양상이 다른데, HBO Max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견인하던 HBO를 버린 후 Max가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버거웠고, 한국산업은행의 경우는 가장 핵심적인 ‘산업은행’이 남아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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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은행이 다시 돌아오면서, 계열사들도 사명 변경 이슈가 생겼습니다. KDB생명, KDB인베스트먼트 등입니다. 그룹사 전체의 통일성을 고려하면 시간의 문제일 뿐 계열사들도 사명 변경을 점차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늘 살펴본 세가지 사례는 브랜드 자산에 대한 내부와 외부의 인식이 차이가 날 때 나타날 수 있는 실수들입니다.

Royal Mail와 HBO Max는 대중들에게 각인된 브랜드 자산을 경시하였고, 이미 확보하고 있는 고객들이 브랜드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보지 못했습니다.

한국산업은행은 조직의 목적과 동떨어진 브랜딩이 장기적으로 의미가 없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전국 영업점의 간판을 두 번이나 교체하는 비용을 지출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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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브랜드의 이름이란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대중의 신뢰와 정체성의 집약체이며 이름을 바꿀 때는 내부의 의지만이 아니라 외부의 관점까지 철저히 검토하고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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