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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리스 Aug 09. 2022

나는 프로 작심삼일러입니다

어떻게 하면 꾸준해질 수 있나요?

카페에서 뮤지컬 수업에 간 아이를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끄적여본 글 두 편으로 갑자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온라인 클래스도 있고, 또 작가가 되기 위해 몇 번을 도전하신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의 브런치 작가 합격 소식이 나 자신도 믿기지 않았다. 평소 글을 써 본 적이 거의 없어 내가 브런치 작가로 선정될 만큼의 글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그 이후 나의 글이 몇 번이고 다음 메인 화면과 브런치 홈에 소개가 되며 조회수 만 번이 훌쩍 넘은 글들도 몇 개 생기기에 이르렀다.

나의 글을 누군가가 읽어주고, 공감해주고, 의견을 달아주는 경험은 꽤나 흐뭇하고 멋진 것이었다. 스스로 관심종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관심을 받다 보니 자꾸 글이 쓰고 싶어졌다. 일주일간 매일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독자분들이 달아주시는 댓글에도 기쁜 마음으로 답글을 달며 재미있는 며칠을 보냈다. 남편은 갑자기 글쓰기에 꽂힌 나를 ‘작가님’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런 남편에게 장난을 섞어 “나 이러다가 에세이 책 한 권 내는 거 아냐?”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 기세가 계속되었다면 나는 언젠가 정말 진짜 책의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여기서 또다시 나의 고질병이 스멀스멀 도졌다.

바로 “작심삼일병”이다.



나는 행동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도 아닌 것 같다. 평범하고 잔잔하게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아가도 불만이 없는 편이라, 무언가를 깊이 생각한다거나 새로운 것을 일단 행동에 옮기는 일 자체를 잘하지 않는다. 열정이 부족하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가뭄에 콩 나듯 무언가를 결심하더라도 그 기세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결심도 잘하지 않고, 행동도 잘하지 않는데, 지속성도 부족하다니. 정말 최악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입주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무려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운영한다. 러닝머신 위에 오르면 드넓은 바다가 쫙 펼쳐진 장관을 감상하며 운동을 할 수 있다. 다양한 피트니스 기구가 완비되어있고, 매트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과 복싱을 할 수 있는 링까지 준비되어있다. 운동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작년에 이 아파트에 이사 온 후, 남편은 나에게 리워드를 제시했다. 주 3회 하루에 30분 이상 운동을 하면 상금을 주겠다고 말이다. 생각보다 큰 액수에 호기롭게 운동을 시작했는데, 2주일 만에 발목을 삐끗한 이후 겸사겸사 피트니스센터 출입을 끊었다. 발목이 아프다는 핑계로 운동을 하지 않다 보니 운동 자체에 대한 열정이 급하게 식어버린 것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개인이 직접 그려서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날에는, 이모티콘 작가에 대한 열망에 불탔다. 장비가 없었기에 아이패드와 애플펜을 바로 구입했다. 그것도 이미지 작업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의지로 ‘프로’를 골랐다. 그런데 이모티콘 작가가 되려면 무려 최소 24개의 이모티콘 세트를 완성하여 제안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닌가. 처음 10개 정도까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작업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모티콘 그리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게 느껴졌다. 이왕 시작한 것 끝은 보자는 의지로 겨우겨우 한 세트를 만들어 제안을 했는데,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모티콘 작가에 대한 열망은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아이패드는 취미생활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것뿐만이 아니라, 나는 드라마도 잘 못 본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보다가도 몇 회쯤 지나다 보면 챙겨보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완결이 된 드라마여야 겨우겨우 끝까지 볼 수 있다. 시간 맞춰 드라마를 챙겨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위 ‘덕질’이라는 것도 나와는 거리가 멀다. 누군가 마음에 들었더라도 조금만 지나면 흥미가 떨어지고, 이것저것 찾아볼 의지가 없어진다. 삶의 태도뿐 아니라 삶 전부가 작심삼일로 점철되어 있는 것 같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타고난 능력보다 꾸준히 하는 의지라던데, 나는 성공하기는 글렀나 보다.




생각하다 보니 더 슬픈 점을 찾아냈다. 스스로 결심한 것은 늘 작심삼일로 끝낼 만큼 의지가 부족하지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나 남이 시킨 일은 또 기가 막히게 꾸준히 잘해 낸다는 점이다. 비록 지금은 휴직 중이긴 하지만 한 회사에 14년 동안 재직했고, 대학교도 휴학 한 번 없이 복수전공까지 하며 다녔고, 집안일이나 아이 케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거의 10년째 빠짐없이 다 해내고 있는 중임을 깨달은 것이다. 나 스스로의 재미나 발전을 위한 것은 금세 포기하면서, 해야 하는 것은 이다지도 악바리같이 다 해내고 있었다니. 해야 할 일에 목을 매고 사느라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다 놓쳐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더 주어진 것들을 잘해 내면서 재미있게 사는 사람도 참 많은 것을 보면 나에게 문제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을 붙잡고 “어떻게 하면 꾸준해질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해내나요?”라고 묻고 싶다. 비법을 알게 되면 나도 언젠가 브런치를 통해 내 이름이 떡하니 박힌 에세이집 한 권을 품에 안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지금 제 글을 읽고 계신 바로 당신께도 묻고 싶어요! 알려주세요, 제발!





* 참고로 이 글은 “요즘은 브런치에 글 안 쓰나 봐?”라는 남편의 말 한마디로부터 시작된 글이다. 스스로도 너무 방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곡을 콕 찌르는 남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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