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아이의 그네를 밀어주는 순간만큼은 나도 평범한 행복을 느낀다.
놀이터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모습.
꿈을 꾸는 것 같은 이상적인 행복한 광경을 경험할 수 있다. 해 질 녘의 노을과 함께 이러한 완벽한 행복은 잠시나마 나도 천국을 경험하는 게 아닌 가 싶다.
최근 10일간 가장 행복하고 날 힐링했던 순간이었다.
최근 가족 전체가 감기에 걸려 아프면서 몸과 마음이 피폐해졌었다. 제법 잘 버티고 있다 생각했던 우울증은 다시 크게 도져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선을 또 한 번 경험하기도 했다. 이 암흑의 시기는 멀어졌다 생각하면 이렇게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폐 아이를 둔 나는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특히 정상 아이를 둔 여러 가족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를 가장 피하게 된다. 그런 모임을 몇 번 가본 적이 있었다. 한 번도 좋은 기억은 없었다.
자폐 아이를 종일 주시하며 끌려 다니느라 같이 모인 사람들과 몇 분의 대화시간도 가지지 못하기가 일쑤였다. 너무나 밝고 찬란한 사람들 속에서 나의 어둠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았다. 만남이 끝나고 오는 자리는 늘 현타와 공허함으로 가득 찼다.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면서 마음을 많이 다쳤다. 불안, 분노, 적대, 슬픔의 여러 검은 감정을 느끼며 몸도 마음도 아팠다.
마지막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을까. 우선 온라인에서 나의 존재를 감추고 싶었다. SNS 계정들을 비활성화시켰다. 나의 일기. 자식과도 같았던 내 자작곡들을 올려놓은 유튜브 계정을 닫으면서도 가슴이 저렸다.
그러던 중 정상 아이인 둘째와 나온 동네 놀이터는 오랜만에 힐링을 주었다.
그래 아직 난 세상을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있어.
영화 소설 같이 행복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바로 어제까지 죽음을 생각했던 내 모습과 생각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오분의 행복에도 바람과 같이 바뀌는 내 마음은.
놀이터의 흔들리는 그네보다도 불안정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