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 적셔!

extra edition

by Enduring

퇴근 후, 영어회화 영상을 들으며 걷고 있는 산책로. 다른 곳에서 하면 창피하지만 산책로에서 혼자 걸으면서 발음해보니 크게 신경쓰이 않아서 해볼 만하다 싶었다. '이 정도면 해볼 만 한데?' 싶던 그때, 급작스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창피한 영어실력을 들킨 거 같은 기분이라서 그런지 아무 일 아닌데도, 누군가 내 발음을 들었을 까 움찔했다.


놀란 마음을 뒤로한 채 화면에 뜬 전화 상대는 전 직장 막내였다. 6년을 다니면서 우리 팀에 내 뒤로 입사자는 이 친구 한 명이라 퇴사하는 순간까지 영원히 막내였던 싹싹하고 귀여운 친구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고, 자연스럽게 약속을 잡아 바로 만나게 됐다.


"어우 야 오래간만이다. 잘 지냈지?"

"네 선임님도 잘 지내셨죠? 살은 더 찌셨네요."

만나자마자 시원하게 공격하는 막내 녀석이다.


너털 하게 웃고, 향한 가게는 누룽지 통닭을 파는 가게였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인데 내 입맛은 아니라서 조금만 먹었지만 역시 우리 막내 아직도 잘 먹는다. 먹는 건 지가 다 먹는데 살은 내가 찐다. 불공평한 세상...


가볍게 마시기로 한 술은 한 잔, 두 잔, 석 잔... 먹을수록 저 멀리 사라지고 계속 늘어나는 술병을 보며 '오늘 공부한 거 100퍼센트 내일 다 까먹는다' 싶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만나는 동생은 까먹어도 아쉽지 않으리라.


업종 변경에 관하여 1년 동안 취직준비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 이야기하고, 막내는 1년 동안 승진한 일과 여자친구 생겼다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 보니 10시가 가까워져 온다. 신입인데 멀쩡히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배워야 할 업무에 대한 막막함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냄새나는 시간을 보내는 게 그나마 힐링이리라. 집 앞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먹고 왔다. 내일의 나에게 미안하지만 힘내라 내일의 나 자신아!

작가의 이전글Chapter 2: 시작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