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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Nov 03. 2023

결혼 사진이란 무엇일까.










결혼 사진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해외에선 ‘웨딩스튜디오 촬영’이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걸 아시나요? 

결혼식을 파티처럼 즐길 수만은 없는 우리나라의 결혼문화가 <웨딩 촬영 스튜디오>를 만든 첫 번째 이유일 것 같네요. 1시간 남짓한 결혼식을 바쁘고 정신없이 진행하며 행복 가득한 얼굴만을 담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 점을 아쉽게 생각한 커플들이 예쁘고 편안한 모습을 담기 위해 만든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덕분에 지금은 사전 웨딩 촬영 없이는 청첩장도 만들기 힘든 시대가 됐구요.



재작년, 각별하게 지내는 중학교 동창에게 ‘우리 언니의 웨딩사진 촬영을 부탁해도 될까?’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사진을 시작한 지 5년차였지만, 저는 디자인을 기반으로 공간과 제품, 의류 사진을 위주로 촬영하던 포토그래퍼였습니다. 그래도 웨딩 촬영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게 좋지 않을까? 물었지만 결국 촬영은 제가 운영하고 있던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따로 촬영할 생각이 없었는데, 동생의 권유로 예쁜 추억을 남길 수 있게 되어 고맙다는 후기를 듣게 되었고요.

올해엔 미대를 함께 준비했던 10년지기 친구 커플에게 스튜디오 촬영을 부탁받았습니다. 2년 전보다는 규모가 커져 조금 더 그럴듯한 사진을 냈고, 내년 3월엔 언니의 웨딩촬영을 부탁했던 친구의 웨딩을 위한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지?’


처음엔 아이러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나는 웨딩 업계도 잘 모르고, 웨딩 촬영 전문가를 거스르고 나에게 부탁할만한 이유가 뭘까?하는 생각들은 곧 이렇게 변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기회가 올까?’


드레스에, 메이크업에, 촬영에 필요한 헬퍼, 필요에 따라 플라워 디렉팅까지. 드는 품과 비용이 어마무시합니다. 이런 비용을 들여 만든 중요한 자리에 나에게 카메라를 맡기는 이유는 뭘까? 












그럼에도 촬영하고 싶은 스튜디오


사실 주변에서 결혼 할 때 드는 비용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들이야 많았지만, 이렇게 피부로 와닿게 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제 남 일이 아니게 되었거든요. 내가 신부의 입장이 되어 촬영할 스튜디오를 고르자니 막막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스튜디오들은 가격대부터가 어마어마했고, 원하는 날짜엔 예약도 불가해서 3지망, 4지망을 생각해야 했구요.


치열하게 예약하고 준비했는데, 도착한 촬영장에서 너무 긴장한 나머지 공장에서 찍어낸 듯 뻣뻣한 촬영은 싫기도 했구요.


아, 왜 나에게 웨딩 촬영을 맡겼는지 알겠다.

그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선택지를 줄이기 위해서 내린 결과가 아닌, 이왕 촬영하는 것 편안한 분위기와 안정적인 공간에서 촬영을 원한다는 것을요. 과하게 꾸며내지 않은 우리 본연의 모습을 담아주길 바란다는 것을요.


촬영 내내 행복하고 즐거운 현장이요. 부케를 쥔 손이 어색하지 않고, 촬영장 가득 들이친 햇빛에 웃음이 떠나지 않고. 아마 앞서 말했던 제 지인들은 제가 만들어내는 촬영 현장의 편안한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저에게 카메라를 쥐게 한 지도 모르겠습니다. 온전한 행복을 꾸밈없이 담아낼 줄 알기 때문에요. 조금 더 진솔한 눈으로  '나다운 아름다움'을 포착해주길 바라기 때문에요.










재미있는 웨딩 스튜디오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웨딩 사진의 본질을 생각해보았어요. 우리는 누구나 행복이 찰나의 순간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기분에 기복이 있듯, 환경에도 관계에도 똑같이 작용하죠. 

그렇게 되면 그 찰나를 잡아두고 싶어집니다. 도망갈 수 없게요. 저는 그 순간을 사진이란 프레임에 담아두는 거고요. 


저는 어릴 적 앨범을 가끔 꺼내봅니다. 그 앨범 속 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있어요. 장난꾸러기처럼 웃음짓는 어린시절 제 사진들을 10장 쯤 보다 보면 저 역시 덩달아 미소짓습니다. 바로 이게 사진의 힘입니다. 그 때의 기분을 전염시켜주거든요. 언제든 열어봐도 웃음 지어지는 웨딩사진을 갖게 된다면 그것 또한 행복이겠죠.




결혼은 약속의 연속입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우리가 되기를 약속합니다. 불투명한 미래에 늘 함께하기를 약속하고, 갑자기 찾아온 힘듦을 함께 헤쳐가기를, 그렇게 늘 함께 웃기를 약속하는 순간들입니다. 


하지만 삶은 우리를 행복하게만 두지 않습니다. 오늘이 너무 힘겨워 사랑을 속삭이던 때가 무색하게 대화없는 정적만이 서로의 사이를 메우게 되기도 합니다. 사소한 시련들이 할퀴고 간 자리에 흉터가 남아 사랑이 미워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 힘이 되자고 약속했던 서로의 존재가 짐과 같이 무겁게 느껴지는 순간에 함께 행복을 다짐했던 그 첫 발자국을 되돌아보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를 밝게 채우던 미소, 젊음, 행복했던 우리의 오늘을 되새길 수 있도록 사랑의 모습을 영원히 가둬두고 볼 수 있도록.


그래서 포투아 마리아쥬의 가장 큰 소명은 '오늘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변치 않을 미소로 서로를 보던 오늘을 가장 기쁜 마음으로 기록하려고 합니다. 제 뷰파인더를 거쳐가는 신랑, 신부님들께 행복만이 깃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행복의 순간이 영원하기를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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