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내 글을 읽지 않아 서운하다.
사라지는 문자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듯 서운하다.
남이 재미없다니, 세상의 불빛이 잠시 꺼진 듯 고독하다.
밤을 새워 사유를 쏟아도
알맞은 단어 하나 끝내 떠오르지 않아 서운하고,
정확한 별 하나 건지지 못해 고독하다.
이 시간들이 모두 허망할까 의심하다가도
가슴 깊은 서랍에 차곡히 쌓여 있는
사유의 초안들을 차마 지우지 못해
내가 나에게 서글프다.
그래도 손끝은 한 줄 더, 또 한 줄 더
허무의 결을 쓸어 올리고 있다.
이 일은 조금 위험한 기쁨, 달콤한 중독이다.
결국 내일도, 모레도
이 고독과 달콤한 중독을 함께 끌어안고,
그래도 쓸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