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청소노동자들에게 바칩니다.
천장산의 모양이 반달과 같다고,
소팔러 온 사람들이 달밤에 도착해 이곳에서 자고
산넘어 장위동 도살장에서 새벽녘의 희미한 잔월이
떴을 때 소값을 흥정했다고,
월곡동이라 했단다.
어젯밤 어두운 골목길,
내 곁을 지나가던 여학생은
"엄마 보름달이 떴어. 얼른 베란다로 나가봐."
라고 전화했다.
달빛 내리는 동네,
가난을 덕지덕지 붙인 사람들이
똥지게, 물지게 져나르며 살던 곳.
이제는 아파트가 지천이다.
어둠이 세상의 잠꼬대를 깁고 있는 시간.
나는 푸른 색, 초록색, 분홍색 욕망과
시간의 부패, 그리고 불필요한 비밀들을
꼭꼭 묶어 들고 나섰다.
고물고물 돌아가는 청소차 소리는
세상을 정화하는 신부님의 축복같다.
그 뒤를 분주히 따르며 남이 버린 삶의 껍질을
가슴으로 안아 던지는 사람들.
새벽의 푸른 잔광이 반짝인다.
그들이 던진 봉투는
어제 하루를 버텨낸 이들의 숨결이고,
내일을 살아갈 그들의 미래이다.
밤의 그림자가 걷힌 하월곡동 하늘에 잔월이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