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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45

병상에서 마지막까지 글을 쓰시던 고 이범찬교수님을 그리며

by 서완석

언젠가 숨통이 막히고,

터져 나올 소리 조차

그만 쓰는 날이 오리라.


아니, 쓰고 싶어도

내 안의 슬픔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발뒤꿈치에 이르면 더는 쓰지 못하리라.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내가 하고 싶던 말조각들로

퍼즐을 맞추리라.


맞추다 보면 사라진 조각들 찾아 헤매고,

가출한 내 영혼이 잃어버린

진실의 조각을 다시 찾아야 하리라.


그러다가 마침내

영영 퍼즐 맞추기조차 못 할 그날.

우리 두 딸이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낯익은 이들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리라.


그러면 그들이 비로소

내 글을 읽는

영원의 침묵이

조용히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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