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 마지막까지 글을 쓰시던 고 이범찬교수님을 그리며
언젠가 숨통이 막히고,
터져 나올 소리 조차
그만 쓰는 날이 오리라.
아니, 쓰고 싶어도
내 안의 슬픔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 발뒤꿈치에 이르면 더는 쓰지 못하리라.
그런 날이 오기 전에
내가 하고 싶던 말조각들로
퍼즐을 맞추리라.
맞추다 보면 사라진 조각들 찾아 헤매고,
가출한 내 영혼이 잃어버린
진실의 조각을 다시 찾아야 하리라.
그러다가 마침내
영영 퍼즐 맞추기조차 못 할 그날.
우리 두 딸이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낯익은 이들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리라.
그러면 그들이 비로소
내 글을 읽는
영원의 침묵이
조용히 시작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