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으로 완성되는 대화 1편

경청의 시작 — 말보다 큰 침묵

by 학연서


“듣는 순간, 세상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넵니다.”


1. 존중 없는 경청은 흉내일 뿐이다


저는 한때, 스스로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듣기’ 속에는 종종 판단, 분석, 혹은 교정의 의도가 숨어 있었습니다.


‘저 말은 틀린 것 같아’

‘그럴 땐 이렇게 해야 할 텐데’

‘또 그 얘긴가?’


이렇게 상대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생각을 굴리다 보면,

그 말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내 옳음을 증명하거나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식이 작동했습니다.


그 순간, 경청이 멎었습니다.

그리고 대화는 ‘이해의 장’이 아닌 ‘설득의 장’으로 바뀌었습니다.



2. 경청하려면


사람들은 설득당하는 걸 싫어합니다.

그래서 설득하려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건,

경청하려면 판단, 분석, 교정의 의도가 없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면

상대의 말이 들어올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경청은 내면을 비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비움이 있어야 채움이 가능하니까요.


‘내면의 생각을 비운다’는 건

‘당신의 존재는 나의 판단보다 더 중요합니다.’라는

겸손의 표현이며,

이것이 바로 경청의 기본자세인 존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판단을 멈추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럴 때,

‘이 사람은 지금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어서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정보의 수신이 아닌 존재를 수용하는 자세로 다가가면

상대의 진심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3. 경청은 ‘존재를 듣는 일’

진정한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는 동시에,

그 사람이 어떤 배경에서 그 말을 꺼냈는지,

어떤 감정의 결을 가지고 있는지,

그 속에 어떤 두려움이나 바람이 숨어 있는지를 함께 느끼는 일입니다.


사회적으로 출세한 인사들을 만나보면,

그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경청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야기를 할 때

그분들은 집중하는 눈빛과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살짝 제 쪽으로 기울인 자세로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

“내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습니다.


그분들은 말을 들으면서도

중간중간에 궁금한 걸 질문했는데

그 질문들이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대화는 자연스레 깊어졌습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메시지의 50%에서 93%는

표정, 자세, 톤 같은

비언어적 요소(Non-Verbal Cues)를 통해 전달된다고 합니다.


온몸으로 듣는 태도는

"당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내 안의 소음까지 잠재웠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경청을 영어로 ‘hearing with respect’라고 합니다.

저는 그 표현을 접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중(respect)하며 듣는다(hearing)’


존중이 빠지면 경청은 사라집니다.


상대가 말하고 있는데,

경청이 어려운 순간이 있습니다.


그럴 때,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하지?’ 대신

‘저 사람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로

생각을 전환하면 잘 들리기 시작합니다.


경청의 힘은

타인을 변화시키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킴으로써

타인을 변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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