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고등어> 나, 지금 여기 있어!

공연에 대한 잡생각

by 해고리

30대가 된 지금, 나의 10대를 기억해 보면 삶 속에 사랑이 항상 존재했다.

사랑이 차고 넘쳤다.

친구를 사랑하고,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했다.

중학생 격동의 시기를 지나온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 된 걸까?

삶 속에 사랑이 가득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사랑이 메말라버렸다.


새벽 내내 남자친구 손을 잡고 거리를 돌아다녔는데,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자마자 다시 서로에게 뛰어갔는데,

선물 받은 곰인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비 오는 날 수요일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데,

울며 헤어지던 날의 장면이 아직 기억나는데,


추억은 시간이 지나면 미화된다.

나는 우리의 뜨거운 사랑이 지나고 한참을 아파했다.


사랑이 끝난 자리에는 아픔만 남아있었다.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좋아졌다는 너의 말이,

나랑 만나는 모습을 다 지켜본 친구의 미안하다는 말이,

힘들어하는 나를 보며 데이트를 한다고 좋아하던 모습이,

그 배신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던 건 아닌지,

결국 친구와의 연을 끊어낸 내가 나쁜 사람이었던 건지,

시간이 지나며 사랑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사랑이 메말라 버린 걸까?


<고등어>는 중학생 두 소녀의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살아있음을 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말한다.

살아있음에 대해 말하는데 나는 사랑이 느껴졌다.


삶을 재밌게 사는 방법이 뭔지 알아?

사랑을 하면 돼!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면 삶이 재밌어져!

잠깐 지나간 사랑의 대사에서 나는 이 공연이 사랑으로 남았다.


<고등어>의 지호와 경주처럼 바다를 보러 갔던 우리였는데

우리는 다시는 함께 바다를 보러 가지 못했고,

내 안에 너란 사람은 배신이라는 감정만 남아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지금의 나는 낭만을 찾아 바다를 보러 가고,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는데

그때의 우리는 무얼 찾으러 바다를 보러 갔을까?

애답지 않은 화장에 어른 흉내를 내며 입었던 옷이 어떤 의미였을까?

그때의 방황하던 시간들이 나를 바로잡아주었을까?


살아있는 고등어를 보고, 살아있던 고등어를 먹고

몸 안에 살아있음을 느끼며 경주는 말한다.

나, 지금 여기 있어!

나 여기서 좀 더 나를 찾아볼래.


사랑이 말한다. 나 지금 여기 있다고

사랑이 넘쳐났던 그때를 생각하며, 사랑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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