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낮에는 글을 쓰고 저녁에는 탁구를 치는 <살짜쿵 탁구>의 저자 류선입니다.
<살짜쿵 탁구>는 예기치 않게 탁구에 푹 빠져버린 작가 지망생이 탁구라는 낯선 세계를 일상에 들이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 15년 동안 독서모임을 꾸준히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게 되셨고요. 수많은 주제 중에 첫 책의 소재로 '탁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좀 많이 느린 편이에요. 독서 모임한 지 10년쯤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평생 다른 사람 책만 읽고 살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읽기만 하는데 지쳤다고나 할까요? 소설가 장강명 님이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저야말로 뭐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많은 작가님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마침 막 시작한 탁구로 체력을 키우면 되겠다 생각하고 낮에는 작가 지망생으로 저녁에는 탁구 생활체육인으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글을 쓰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아! 아까 탁구칠 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아니야 이렇게 했어야 했어.’라는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드는 거예요. 글을 써야 되는데 마음이 온통 탁구생각뿐이더라고요.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더 생각나는 거 아시죠? 결국 탁구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탁구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알았죠. 탁구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는 다른 글로 못 넘어간다는 걸요.
2. 에세이 <살짜쿵 탁구>는 작가님의 첫 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바탕이 된 글은 작가님의 브런치에 연재가 되고 있었던 ‘탁구, 제 방식대로 미쳐 있습니다’였죠. 브런치 글 중에는 투고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요. 투고 전 출간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어떠셨나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얼떨떨했습니다. “탁구에 관한 이야기는 다 써서 이제는 더 이상 쓸 게 없다.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해 줄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쓴 다음에 투고하자.”라는 제 나름의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투고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간 제안이라니! 얼마나 놀랐겠어요. 세상 어딘가에 제 글을 좋게 봐주시는 편집자님이 계시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편집자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3. 탁구라는 운동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종목이잖아요. 탁구대가 아니더라도 넓은 테이블과 탁구채, 탁구공만 있다면 공을 주고받으며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작가님이 책에도 쓰셨듯이 “저는 운동으로 탁구를 해요.”라고 말하면 시시하다는 반응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은 책에서 ‘탁구가 결코 만만한 운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데요. 탁구라는 종목, 운동으로서 어떤 매력과 장점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요. 실내 운동이라 날씨에 상관없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고요. 두 번째는 부상의 위험이 적고 격렬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이든 20년이든 지속 가능한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탁구장에 다니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탁구장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 아주 늪이야 늪.”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라는 분이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를 ‘몰입’이라고 했는데요. 탁구장에 오시면 매일 몰입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4. 탁구를 하면서 얻게 된 감정이나 깨달음이 일상에서도 도움이 된 순간이 있었나요? 예를 들어, 실수나 실패를 대하는 태도 같은 부분에서요.
실수를 대하는 태도가 좀 바뀌었습니다. 저는 백 드라이브와 포핸드 드라이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탁구인을 꿈꾸는데요. 이 기술을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실수를 하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게 중요한데요. 말은 참 쉬운데 쉽지 않더라고요. 저 같은 경우 게임도 아니고 파트너와 연습을 하는데도 실수가 많아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사라지더라고요.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건 또 다르더라고요.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점이 필요할 때 탁구 코치이자 유튜버이신 임창국 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실수하더라도 계속 시도하세요. 당장을 어떻게 하려 하지 말고 길게 보고 가세요. 내가 어느 정도 만들어졌을 때의 그림을 생각하고 연습하세요.” 이 말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길게 보고 간다고 마음먹으니까 실수를 해도 '과정 중이야'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시도하게 되더라고요.
‘길게 보고 간다’라는 말과 ‘과정 중이야’라는 말은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었어요. 글을 쓰다 보면 실수를 많이 해요. 아차 싶을 때가 많죠. 처음엔 그런 실수가 엄청난 스트레스였는데 이제는 그런 실수도 길게 보면 좋은 글을 써나가는 과정중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니 “과정 중이라는 말을 드디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라고 말해야 될 것 같네요.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다르더라고요. ‘길게 보고 가라’라는 말과 ‘과정 중이야”라는 말 덕분에 탁구 칠 때 그리고 글을 쓸 때 실수해도 계속해서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실수를 해도 좀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5. <살짜쿵 탁구>의 첫 번째 글은 ‘탁구장에 이상한 여자가 있어요’라는 글이죠. 이미 읽어보신 분들을 아시겠지만 이 ‘이상한 여자’는 바로 작가님입니다. 읽다 보면 탁구장에서의 루틴에 대한 애정 혹은 집착도 느껴집니다. 작가님의 하루 루틴과 탁구장 루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맞아요. 편집자님 말씀대로 제가 루틴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죠. 제 하루 루틴은 심플합니다. 두 번의 출근과 두 번의 퇴근이 있는데요. 아침을 먹은 후, 방 한 칸에 마련된 서재로 10시쯤 출근해 읽거나 쓰거나 필사를 한 후 보통 2-3시쯤 퇴근합니다. 이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탁구장으로 제2의 출근을 하죠.
탁구장에서의 루틴 또한 심플합니다. 게임이 기본값인 탁구장에서 제 루틴은 연습이 기본값인데요. 관장님께 레슨을 받거나, 탁구 로봇으로 연습을 하거나, 연습하기 좋아하는 회원분과 연습하는 이 세 가지 사이클을 돌고 돕니다. 이렇게 2시간쯤 운동하고 퇴근하는데요. 제 방식이 옳아서가 아니라 제게 맞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런 루틴으로서의 탁구를 좋아합니다. 원래도 경쟁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기질인데 매일 보는 분들과 게임을 해서 승부를 내는 게 제게는 맞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탁구를 오래오래 치고 싶어서 찾은 방법입니다.
6. 작가님은 구력 5년 정도의 탁구인입니다. 생활체육은 워낙 긴 시간 동안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5년이 그렇게 긴 구력은 아닐 것 같은데요. 하지만 탁구를 친 기간이 곧 실력을 의미하는 건 아니겠죠. 탁구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5년의 시간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였다고 생각하시나요?
5년의 시간이 어떤 의미였냐면요. 저는 살면서 이렇게 뭔가에 미쳐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난생처음 마음을 다하고 싶은 대상이 생긴 거예요. 제게도 ‘뭔가를 미치게 좋아할 수 있는 열정이라는 게 있었구나!’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있죠.
탁구 생활체육인으로 5년이면 긴 구력은 아닙니다. 고수님들을 예로 들면, 10년은 기본이고 10년 이상 탁구를 하신 분들도 많으니까요. 탁구에 투자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거나 운동신경이 좋아 실력이 빠르게 느는 분들도 있지만 드물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5년 정도면 초보라고 하기엔 그 단계는 넘었고 중수라고 불리기에는 실력이 부족한 어느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만 기술의 완성도가 중요하니까 아직 한참 물 주고 거름 주어야 할 새싹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같은 5년 구력의 탁구인이라도 개인마다 탁구에 투자한 시간, 나이, 신체적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5년이면 이 정도 수준이다.’라는 기준도 사실 없는 것 같습니다.
7. 그렇다면 작가님 스스로 ‘아, 이제 나도 탁구인답다, 찐이다’라고 느낀 순간이 있었을까요? 예를 들면 탁구복 쇼핑할 때라든지요.
처음엔 화려한 탁구복이 부담스러워 등산복을 입고 탁구를 쳤는데요. 탁구복이 거의 원색이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탁구복을 한 번 입기 시작하면서 180도 변했답니다. 탁구복을 입으니까 마치 탁구선수가 된 것처럼 탁구도 잘 쳐지는 것 같았고 진정한 탁구인이 된 것 같았어요. 유니폼의 힘을 실감했죠. 지금은 탁구용품 사이트를 누비며 그토록 부담스러워하던 화려한 탁구복을 사고 있습니다. 심지어 핑크색에 용 무늬가 그려진 상의도 샀다니까요. 옷장을 열면 스포츠 매장이 따로 없어요. 각양각색의 탁구복이 걸려 있답니다. 진정한 탁구인으로 거듭난 거 맞죠?
8. 탁구 기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기술이 있다면요? 반대로 유독 안 되는 기술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가장 좋아하는 기술은 백 드라이브예요. 상대의 서비스가 커트로 올 경우 대부분 커트를 하거나 백 드라이브로 리시브하는데요. 저는 실수를 해도 백 드라이브를 하는 편입니다. 상대의 서비스부터 백 드라이브를 걸어 선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어요. 그런데 아직 많이 미숙해서 열심히 갈고닦는 중입니다.
유독 안 되는 기술은 커트 볼 드라이브입니다. 줄여서 드라이브라고 하는데 드라이브와 저는 애증의 관계라고 할 수 있죠. 공을 들이고 있는데 아직 틀이 잡히지 않았어요. 그래도 언젠가는 드라이브를 잘 걸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드라이브 틀 확실하게 만들기’가 올해 목표입니다. 코치님과의 레슨도 드라이브에 올인하다시피 해서 받고 있고, 레슨 영상도 촬영해 제 유튜브에 비공개로 올려서 수시로 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죽기 전에 뭘 후회할 것 같니?’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탁구에 있어 드라이브라는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죽으면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드라이브에 대한 강한 집착이 느껴지시죠? 모르겠습니다. 그냥 하고 싶어요. 꼭 하고야 말 겁니다.
9. 작가님은 독서모임을 15년간 해오셨고 이렇게 책도 한 권 내셨죠. 그리고 동시에 5년 차 생활체육 탁구인이죠. 탁구와 글쓰기 둘 중 뭐가 더 어렵나요? 그리고 무엇을 더 잘하고 싶으신가요?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 탁구는 탁구대로 어렵고 글쓰기는 글쓰기대로 어려운 것 같아요. 욕심인 걸 알지만 두 가지 다 잘하고 싶습니다. 아나운서 손석희 님 질문에 가수 이효리 님이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가능한 것만 꿈꿀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꿀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탁구도 잘하고 글쓰기도 잘하고.
10. 그렇다면 잠시 탁구 이야기에서 벗어나 독서모임과 글쓰기에 대해 여쭙고 싶어요. 오랫동안 해오신 독서모임의 시간이 지금의 글쓰기와 어떻게 연결되었다고 느끼시나요?
10년 넘게 읽다 보니 어느 날 ‘써야겠다’라는 순간이 찾아오더라고요. 독서 모임의 시간이 축적되지 않았더라면 아마 글쓰기의 세계로 넘어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면 읽기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라는 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이 글을 쓰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는데요. 읽는 사람은 많은데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글을 쓰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라고도 하셨는데 정말 새로운 세상이 열리더라고요. 책도 더 깊게 읽게 되고 이제는 글로 써야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이 선명하게 정리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독서 모임을 함께 하는 분들께 글쓰기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는 중입니다.
11. 탁구를 글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나요? 몸으로 하는 걸 언어로 옮기는 데 생긴 간극이나 고민이 있으셨는지요.
몸으로 하는 걸 언어로 옮기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묘사에 취약한 저로서는 더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최대한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글을 쓰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가장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12. 독서모임, 글쓰기, 탁구만큼이나 관심이 있는 작가님의 다른 취미가 궁금해요. 가장 최근에 작가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취미나 관심사를 소개해주셔도 좋아요.
얼마 전 김신지 작가님의 『제철행복』이라는 책을 읽고 절기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올해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24 절기에 맞춰 살아보는 저만의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답니다. 마음 한편에 항상 자연과 어긋나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절기에 맞춰 살면서 자연과 좀 가까워지려고요.
오늘 18일은 절기상 망종인데요. 이 시기는 모내기와 보리베기에 알맞다네요. 절기에 맞춰 제가 하는 일은 소소한 거예요. 주변에 모가 심어져 있는지 논을 한 번 쓱 훑어본다거나 길을 가다 제 철에 핀 꽃을 보기 위해 잠시 멈춰서는 거예요. 일상에 치이면 사실 이런 것도 못 챙기고 한 해가 금방 지나가잖아요. 한 달에 두 개씩 있는 절기를 꼬박꼬박 챙기는 것이 요즘 저의 취미입니다. 절기라는 세계에 눈을 떴다고나 할까요? 시골에 사시는 저희 엄마는 70년이라는 세월을 절기에 맞춰 사셨는데 말이죠.
13. 또 요즘은 어떤 책을 읽고 있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작가님의 최근 텍스트가 궁금하네요.
살다 보면 인생의 문제가 수시로 던져지잖아요. 얼마 전에 알았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반복적으로 꺼내 읽는 책이 있더라고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라던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같은 책이요. 그래서 요즘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꺼내 읽으면 좋을 제 나름의 기준이 될 만한 책들을 찾아 읽고 있는데요.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상적인 문장들을 필사한 후 필사한 문장들 중 한두 개를 골라 제 일상에 녹이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런 글들을 브런치에 (필사의 말들)이라는 컨셒으로 연재 중이고요. 지금은 이런 책들의 리스트를 쌓아 가고 있는 중입니다. ‘꺼내 먹어요’가 아니라 ‘꺼내 읽어요’라는 저만의 리스트를 만들고 있는 중이죠.
예를 들면 요즘 ‘개인주의’에 관심이 많은데요. 저는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편인데 50대로서 이런 기질을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하면 이기적이라고 보는 시선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주의’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이 필요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부터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 과 송길영의 『시대예보:핵 개인의 시대』를 찾아 읽었어요. 그리고 각각의 책들을 필사한 후 제게 가장 와닿는 필사 문장을 골라 제 일상과 연결 짓는 방식으로 글을 썼습니다.
14. 마지막 질문입니다. 안 여쭤볼 수 없는 질문인데요. 혹시 다음 책에 대한 계획이 있으시다면 살짝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책을 쓰고 싶다’ 같은 아이디어나 구상 중인 내용도 괜찮습니다.
탁구에 관한 글을 쓸 때 제 자신에게 약속한 일이 하나 있었는데요. 글은 쓰고 싶은데 어디에서도 배워본 적이 없어서 생각해 낸 방법이 책에서 좋은 문장을 골라 기록하고 사유하며 체화시키는 방법인 필사를 병행하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필사한 책이 100권이 넘었더라고요. 이제는 필사를 하지 않고는 책을 읽지 않은 것 같은 중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병은 필사한 문장들을 일상에 녹이는 글을 쓰지 않고는 치료가 되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필사의 말들)이라는 컨셒으로 브런치에 연재 중입니다. 다음 책은 어떤 식으로든 필사에 관한 책이 되겠죠?
15. 진짜 마지막으로 아직 탁구의 매력을 모르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원래 중요한 건 두 번 세 번 말해도 되는 것 같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죠? 탁구장에 다니는 분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고요.. “탁구장에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겠어. 아주 늪이야 늪.” 탁구장에 오시면 무언가에 흠뻑 빠져 있는 상태인 ‘몰입’을 매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행동에 몰입하는 순간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하잖아요. 탁구 한 번 해보세요. 몰입도 행복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