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1. 아내가 하는 육아고민 같이하기

by 물밖의물고기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아내가 헤엄치고 있는 호수에 뛰어들기로 했다.


출산 이후, 아기는 우리 부부를 항상 웃게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 아기가 활짝 웃어준다면 그 순간만큼 우리 부부는 세상에 아쉬울 게 하나도 없는 천국을 맛본다. 때로는 나와 아내가 사소한 것으로 투닥투닥거리다가도 아기를 바라보면 아기는 우리에게 활짝 웃어준다. 마치 인생 2회 차 아기가 인생 별거 없으니 사랑으로 서로 감싸주라는 듯, 한 움큼의 평화의 메시지를 선사해 준다. 매 순간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기는 우리를 새로운 행복의 차원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정은 자연이 이끄는 인생의 섭리이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복의 원리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소중한 아기에게 미안한 것이 있다. 내게 아기는 현실이 아니라 감상의 객체라는 사실이다. 육아휴직이 끝나면 결국 아내가 아이를 전담할 것이라는 명분으로 나는 아내의 서포트 역할을 할 뿐, 아기를 위한 진짜 고민들을 하지 않았다. 나는 파트타임잡, 아내는 사업주의 관계 같은 것이다. 투여되는 책임감, 고민의 깊이, 쏟아내는 정 자체가 다르다. 아빠치고는 친절하게 옆에서 도와주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 마음 깊은 곳에는 "그건 엄마의 일이니까"라는 인식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한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려면 그 사람이 시간을 쏟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시간과 고민을 쏟는 영역은 "생계"와 "커리어"이지, "아기"를 향한 고민은 후순위였다. 솔직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다른 것이고, 살아가야 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남은 육아휴직 시간들을 점검하면서, <그냥 가정>이 아니라, <행복한 가정>을 원한다면 말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무관심을 지속적으로 경계하지 않는 이상, 가정 안에 사랑이 뿌리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의 반대말은 무관심이고, 무관심은 사랑을 마르게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아내는 그 무관심을 바로 알아차린다.(하지만 여자는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주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무관심은 또 다른 무관심으로 변해간다. 부부가 서로 멀어지는 것은 아마도 이 무관심의 영역을 함께 다뤄가지 못해서가 아닐까. 남편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아내는 앞으로 혼자서 아기의 중대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과 걱정더미에 허덕이다가 서서히 스스로를 잃어갈 것이다. 엄마의 숙명이라고들 하는 이야기. 이건 오랜 세월 전부터 우리 엄마의 모습이기도 했다. 나는 그 엄마의 모습을 매우 슬퍼했고, 아들로서 매일 엄마가 엄마답게 행복하길 바랐다. 그런데 남편이 되어서 같은 문제를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는 어젯밤, 아내에게 물어봤다. "육아하는데 고민이 어떤 게 있어?" 물어보면서도 너무 미안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물어봐야 하는데, 글을 준비하면서 목차를 준비했으니 한 번 물어보는 셈이었다. 그런데 아내는 너무 기다렸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응 너무 많지..". 나는 어떤 고민이 있는지 재차 물어봤다. 아내가 이야기한 고민들은 이를테면, 곧 이유식을 시작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기 침대를 바꿔야 하는데 어떤 걸로 바꿔야 할지 알아봐야 한다, 어린이집 등록 접수해두려고 하는데 어떻게 알아봐야 한다, 하이체어 사야 하는데 어떤 걸 사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이었다.


솔직히 부끄럽게도 나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은 고민이었다. 내 고민 따위는 블로그 방문자수 올리기, 인스타그램 팔로워 트래픽 확보하기, AI 영상 제작 연습하기, 굿즈 제작 및 판매하기, 이모티콘 만들기, 신규앱 개발하기, 회사 복직 준비하기 같은 것들이었다. 너무나도 극명하게 다른 고민들이었다. 중요한 건 아내도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동화책 출판하기, 화훼장식기능사 취득하기, 유치원 교사로서 어린이 교육자료 제작하기 등등 아내도 아내답게 하고 싶은 일이 참 많았다.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고, 또 고맙기도 했다.


나는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무관심의 틀을 깨기로 했다. 또 굳어지고, 또 부수고, 굳어지고 부수 고를 반복하겠지만..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받기 위해서 앞으로 부단히 노력하기로 했다. 이건 아마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냥 인생을 살아온 우리의 방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아내가 헤엄치고 있는 호수에 뛰어들기로 했다. 영원히 함께하기로 약속했으니까.


나는 이렇게 브런치 글을 통해서 내 마음을 아내에게 전하고 있다. 참 도움이 된다. 이유식 알아보러 가야겠다.


ps. 고민을 해보고.. 후기 남길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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