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기 딱 좋은나이] 에필로그

by 김혜진




아빠는 자신의 퇴임 전 셋째 딸이 결혼하길 원했으나, 그로부터 한참을 지나고서야 그 딸은 가장 화려한 나이가 되어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뭐든 알아서 척척 해내던 딸을 자랑스러워하던 엄마도 딸이 나이 마흔이 다 되어가도록 결혼할 남자 하나를 못 데려오자, 자신을 닮지 않은 '작은 눈과 낮은 코' 때문이라 생각해 성형을 적극 권하기도 하셨더라죠. 살은 빼더라도 얼굴만은 못 고치겠다며 고집을 부린 딸. 결국엔 태어난 대로, 자연 그대로의 얼굴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다행히도 콩깍지가 씐 남자는 김진사댁 셋째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더군요.






서른아홉의 여자는 그 새 남자 보는 눈이 너무나도 높아져서 가방끈과 갖춘 직업이 아무리 좋아도, 허우대가 멀쩡해도, 기준으로 삼은 딱 하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 아니었습니다.


이 남자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한 '말투'인데요. 기분을 나타내는 말투가 참 고왔습니다. 품격 있는 말투, 말투가 사람을 변하게 한다 또는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등 말투와 관련된 책도 많더군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가 아닌 '오는 말이 고우니 가는 말도 고와졌다' 표현이 우리 둘 사이엔 더 맞을 듯합니다.


마지막 자존심과 같던 '말투 좋은 남자'를 만나고 3개월여 지나던 즈음 어느새 '이 남자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로부터 6개월여 후 우린 결혼을 이야기하게 되었답니다.


지나는 이야기로 한 번은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나와 결혼하자 싶은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지에 대해서요. 그랬더니 스스럼없이 대답을 해 주더군요. 회사 가까운 선배에게 '결혼을 결심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물어본 적 있다고요. 그리고 이런 말을 해 주었다고 해요.





이 사람과 평생을 살아간다 생각을 해 봐. 같이 잘 살 수 있을지, 아니면 걸리는 것들이 있는지. 없으면 사는 거지. 걸리면 다시 생각해 보고.





명쾌한 대답이긴 한데, 한편으론 대 결혼을 앞두고 하는 남자들의 단순 명료한 생각에 피식 웃음도 나오네요. 그렇게 '같이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여자'로 최종 합격점을 받고 결혼을 통과했지 말입니다.


결혼식이 있기 며칠 전 시간 있을 때 하자며 집에서 오분 거리인 구청에 갔습니다. 작성한 서류에 서로의 사인을 한 후 챙겨 온 신분증을 내밀었지요. 서류접수 완료되었다며 처리까지는 일주일여 걸린다 합니다. 혼인신고까지 마쳤겠다, 결혼에 있어 할 건 다 했다 싶었습니다.








날짜에 맞춰 신랑입장 신부입장 - 모두가 활짝 웃는 결혼식도 올렸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의 하이라이트 신혼여행만이 남았네요. 결혼도 결혼이지만 가만 보니 이 신혼여행이 더 달콤하지 말입니다.


우리 둘만의 섬에 도착한 듯 볕 좋은 태양과 마주하니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언제나와 같이 손을 잡고 길을 걷는데 띠링, 하고 핸드폰이 짧게 울립니다. 꺼내 들어 도착한 문자를 보고 웃는 나. 옆에 있던 남자에게도 보여줬습니다. 거기엔 딱 한 줄, 이런 문구가 써져 있었답니다.




"귀하께서 00 구청에 제출하신 가족관계 관련 신고가 처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하와이에서 받은 우리의 혼인신고 문자를 받는 순간, 앞으로의 결혼생활은 어쩐지 동글동글하게 흘러갈 듯 하고 뭐든 다 해 낼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이제 막 결혼한 커플들은 원래 이러한가요?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그렇게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둘의 인생이 될 것 만 같습니다. 그리고 왠지 즐겁게 잘 사는 우리의 모습이 무척 선명하게 그려지지 말입니다.









keyword
이전 19화잠시 결혼하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