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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넥서스 Mar 22. 2024

이제 월급 대신 주급으로 주세요

주급을 받으면 달라지는 것들


'월급쟁이'라는 표현이 직장인이랑 동일한 의미로 흔히 쓰일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월 단위로 급여를 받는 게 당연하다. 


한번 생각을 바꿔보자. 내가 주급을 받는다면, 혹은 회사의 입장에서 주급 제도를 운영한다면 어떨까?






우리들은 모두 월급쟁이다


사실 근로기준법 제43조제2항에 따르면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정해져 있다.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만약 법적 제한이 없다면 회사가 직원에게 급여를 두 달에 한번, 혹은 분기별로 한번 지급하겠다고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로자가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위하는 데는 급여의 수준(pay level)뿐 아니라, 급여의 지급 빈도(pay frequency)가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얼핏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할까?






다른 나라들은 급여를 더 자주 받는다


월 단위 급여가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하지 않다. 서양에서는 급여 지급 주기가 우리나라보다 짧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가 그렇다. 


미국은 각 주별로 정책이 다른데, 전체 50개의 주 중에서 Semi-monthly (월 2회) 지급을 규정하고 있는 주가 35개, Bi-weekly(2주에 한번) 지급을 규정하고 있는 주가 12개로 대부분의 주가 월급보다 빈번한 주기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직종에 따라서 급여 주기의 정함을 다르게 하는 주들도 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 주는 경영진, 전문직 또는 평균임금의 150% 이상의 소득을 가진 근로자를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Monthly(월급) 지급을 허용한다. 뉴욕주는 육체노동자를 대상으로는 Weekly(주급)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일수록 근로자 보호를 위해 더 자주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대표적인 기업친화적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급여 지급 주기에 있어 한국보다 근로자 보호에 진심이다. 그만큼 한국의 월 주기 급여 문화는 변화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급여가 높은 전문직이나 경영진에게는 월급 지급을 허용한다. 일반 근로자는 그보다 자주 급여를 받는다.








이제는 월급 문화에서 벗어나자


급여를 주급으로 받는다면, '월급고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급여주기에 따른 근로자의 경제활동을 분석한 Ines Berniell(2017)의 연구에 따르면, 근로자는 급여일 직후에 가장 많은 소비를 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 및 경제활동이 점점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직장인 1,404명을 대상으로 한 사람인의 설문조사(2021)에 따르면 직장인의 60.7%가 월급날로부터 12일 이후부터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느끼는 '월급고개'를 겪는다고 응답했다.  


급하게 돈 나갈 일이 생기면 신용 카드로 해결하거나 현금서비스나 대출 등을 사용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일수록 매달 보릿고개를 겪으며 빈곤은 심화되고,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월말이 되면 지갑이 텅텅 빈다



회사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조직행동이론 중 하나인 Skinner의 '강화이론'에 따르면 업무성과에 대한 보상이 즉각적일수록 근로자의 동기부여 효과는 더욱 커진다. 주급제도는 월급에 비해 더 자주 강화를 제공할 수 있다. 


물론 회사입장에서는 월급제도에서 주급으로로 전환함에 따른 현금흐름의 문제, 행정적 부담 등이 늘어날 것이 우려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 주는 1875년에 기업에게 주급단위로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현재의 자동화/정보화된 회계 시스템 하에서 기업은 손쉽게 변화할 수 있다. 더군다나 많은 기업들이 급여 아웃소싱 업체를 활용하고 있는 만큼, 주급 전환 시에도 아웃소싱을 활용하여 업무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다. 


주급으로의 전환은 투입 재원 및 행정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근로자의 동기부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최근에 ‘Peak’라는 한국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이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주급 지급’이라는 개념을 모티브로 한 급여 아웃소싱 업체이다. 특히 이 업체는 회사 측에서는 수임료를 전혀 받지 않고,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수령하는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다. 기업이 금전적 비용을 아끼며 주급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도입책 중 하나일 것이다. 








몇십년간 한국에서는 월급문화가 당연한 듯이 자리 잡아왔다. 이제는 제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 끝.






참고



「Pay Cycles: Individual and Aggregate Effects of Paycheck Frequency」(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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