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은 예상하지 못한 데서 발휘된다

by 이예지


우리는 알고 있다. 어떤 말은 듣는 순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라는 걸. 얼마 전 어떤 선배가 나에게 했던 말이 꼭 그렇다.


“너는 왜 글을 쓰려고 하니?”

“좋아서요.”

“너는 글쓰기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인걸요. 애가 둘이나 되고, 또...”


그 선배는 나에게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에둘러 말했지만, 그 말에 숨겨진 의미는 ‘내 글이 형편없다’는 거였다. 오랫동안 나의 기사를, 나의 글을, 나의 세계를 지켜보았던 선배가 한 말이기에 더 따가웠다. 나를 향한 선배의 진심 어린 조언과 고마운 충고지만 한편으론 상처였다. 내가 생각해도 내 글이 형편없을 때가 있으니까. 집채만 한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항구에 정박한 배는 가장 안전하지만 그건 배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니다. 파도가 두렵고, 해일이 무섭고, 눈보라가 걱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세계인 바다로 나아가야만 비로소 배로 태어난 이유를 증명해 보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난 이유가 있고, 누구나 증명해 보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돛단배인지 유람선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람만 있다면 유람선보다 더 멀리 항해할 수 있는 돛단배도 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는 말이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능력은 뭘까. 아무도 모르는, 나도 모르는, 내 숨은 능력이 대체 무엇인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것이 글쓰기 능력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만 생각하면서, 그게 내 초능력이길 바란다. 초능력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휘되곤 하니까.


설령 누군가 내 글을 두고 형편없는 쓰레기라고 말한다 한들 흔들리지 않겠다. 나는 죽는 날까지 글을 쓸 거다. 어차피 인생은 노빠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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