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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Aug 03. 2022

압구정에서 시터 없는 엄마 찾기란

압구정의 엄마들은 산후 도우미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 그래서 보통 산전에 미리 시터를 고용하거나 늦어도 산후조리원에서 시터를 찾는다. 앞서 말했듯 신생아는 밤에도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 동네에서는 출퇴근 시터보다는 입주 시터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대부분 시터가 아이를 데리고 잔다. 그러니 일단 엄마는 숙면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밤중에 수유를 위해 일어날 필요도 없고, 아침 일찍 아이와 함께 기상할 필요도 없다.


물론 입주가 아닌 출퇴근 시터의 경우에도 장점은 충분하다. 엄마는 하루 종일 집에서 아이를 데리고 혼자 씨름할 필요가 없다. 일단 원할 때는 언제든 나갈 수 있다. 운동도 갈 수 있고, 친구도 만날 수 있다. 아이가 울 때면 시터와 돌아가며 볼 수도 있고, 졸리면 잠깐 잘 수도 있다. 배가 고프면 앉아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언제든 원하면 샤워도 할 수 있다. 내가 나열한 시터가 있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결국 시터가 없는 엄마들은 쉽게 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압구정 엄마들은 힘들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훨씬’ 덜 힘든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 동네에 베이비시터가 얼마나 많은지는 동네 놀이터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아이가 돌 이전에는 바깥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터를 고용하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물론 주변 엄마들 대부분 시터가 있었기 때문에 어렴풋이 짐작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아이가 돌이 지나고 놀이터에 나가보니 이 동네의 현실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하루는 아이와 함께 놀이터에 갔다. 꽤 많은 어린아이들이 나와 놀고 있었다. 내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아 엄마들과 친해질 수 있으려나 생각하던 차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모두가 시터분들이었다. 엄마와 함께 놀이터에 나온 아이는 우리 아이가 유일했다.      


순간 머리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시터를 쓸 수 있는 이 아이들의 엄마가 부러웠다가, 수다에 빠져 아이에게는 무관심한 몇몇 시터에게 화가 났다가, 또 그러한 시터에게 맡겨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가, 이내 이곳에서 유일하게 엄마인 내가 안쓰럽기도 했다. 물론 이 동네가 아니라면 겪지 않을 감정들이었다. 그러나 잠깐의 부러움으로 시터를 고용하기에는 너무 큰돈이 드는 일이었다.     


압구정에서는 시터가 없는 엄마를 찾는 것이 더 힘들다. 어디를 가나 시터는 내 주위에 항상 있다. 자주 가는 놀이터에도, 병원에도, 백화점에도, 음식점에도 있다. 첫째와 함께 다니는 문화 센터에서도 엄마는 나 혼자인 날들이 종종 생겼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오더라도, 시터를 대동해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돌 정도의 아이와 단둘이 외출하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힘든 일이라 더욱 부럽기도 했다). 아이가 좀 더 커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니, 등·하원을 시켜주며 만나는 사람도 시터분인 경우가 더 많았다.   

   

시터분이 문화 센터에 아이를 데려오고, 어린이집 등·하원을 시켜준다고 해서, 아이들의 엄마가 워킹맘인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이곳은 워킹맘보다 전업주부인 엄마가 훨씬 많은 곳이다. 그래서 부모가 맞벌이인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시터를 쓸 여유가 되는 대부분의 사람은 시터를 쓴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더 이상 시터분들 무리 속의 내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아는 시터분들이 하나둘 생기고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사막에서 찾은 바늘과도 같은 엄마가 되었다.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3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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