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28(일)

by 기노

나는 책을 읽기 싫지만, 무언가를 읽어야 할 때 종종 펼치는 책이 있다. 로베르 브레송의 《시네마토그라프에 대한 노트》. 사실 나는 그의 영화를 한 편도 본 적 없고, 딱히 시네필도 아니다. 그가 여기서 하는 말 중에는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러나 한 예술가가 자신이 추구하려는 예술을 아주 구체화된 언어로, 어쩌면 다소 단정적인 어투로 짧게 적어 내려가는 모습에서 나는 어떤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래서 무언가를 읽어야 할지 모를 때면 종종 그의 문장을 펼친다. 마치 그 속에 지금 나에게 정말 중요한 말이 숨어있다는 듯이.


“어떤 인간의 눈도 포착할 수 없고, 어떤 연필, 붓, 펜도 고정시킬 수 없는 것을 네 카메라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포착하고, 기계의 정직한 무관심으로 고정시킨다.”


매거진의 이전글2509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