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혁신의 한계를 넘어서

사용자 경험이 만드는 지속 가능한 성장

by 강재훈

전기차 시장은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초기 기대만큼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반면 AI 산업은 단기간에 높은 성장성과 전방위적 수요 확대를 이끌어내며, 시장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두 산업의 차이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을 사용자 경험 (User Experience)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이 아무리 앞서 있더라도 사용자가 체감하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의 성공 사례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스마트폰의 급성장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피처폰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데서 출발했다. 사용자는 앱 생태계, 모바일 인터넷, 카메라 기능 등 새로운 활용 방식을 통해 일상의 행동 패턴을 재정의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강력한 시장 수요로 이어졌다.

반면, 전기차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내연 기관차 대비 획기적 차별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주행 경험은 기존 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충전 인프라는 여전히 불편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배터리 비용 구조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보다 가격 부담을 먼저 인식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전기차 시장은 사용자 경험보다 정부 보조금과 환경 규제 정책에 기반해 수요를 확보하는 구조로 자리 잡았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만으로도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하지만, AI는 전기차와 다른 흐름을 보이며 성장하고 있다. 문서 작성, 번역, 제품 개발,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에서 사용자는 즉각적인 효율 향상을 체감하고 있으며, 이는 스마트폰 도입기와 유사한 형태로 사용 확산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의 변화는 데이터 센터, 전력 기기, 반도체 등 전후방 산업의 동시 성장으로 이어지며, AI 생태계 전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부진의 원인은 기술 혁신 부족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 혁신의 부재로 봐야 한다. 기술의 방향성보다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더 중요해진다. 향후 기술 기반 산업을 평가할 때도 기술 완성도나 정책에 따른 기대치보다는 “이 제품을 통해 사용자가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사용자 경험을 그 중심에 둘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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