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VMI를 바라보는 시선

by 강재훈

VMI (Vendor Managed Inventory)는 공급사가 고객사의 재고와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 보충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최소 재고로 결품을 방지하며 공급망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유통업에서는 SKU (Stock Keeping Unit) 구성과 수요 패턴이 단순하고, POS (Point Of Sales)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 판매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제품 회전율이 높아 수요 예측 오차도 크지 않기 때문에, 공급사가 재고 보충 의사 결정을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적다. 고객사는 개발과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고, 공급사는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재고 운영을 할 수 있어 상호 이익이 된다.

반면, 제조업은 구조적 제약이 많다. 부품이 여러 공정과 모델에 투입되며, 동일 부품이라도 생산 라인과 모델에 따라 재고 소진 패턴이 달라진다. 또한, 공급사는 고객사의 최종 생산 계획을 직접 알기 어렵기 때문에, 고객사의 계획이 갑자기 바뀌면 이미 보충된 VMI 재고가 과잉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조업에서는 VMI가 ‘운영 효율화 모델’이 아니라 ‘재고 부담 전가 방식’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또한, 품질 이슈, BOM (Bill Of Materials) 변경, 라인 재배치 등 제조 현장의 변동도 수시로 발생한다. 이러한 정보가 제때 공유되지 않으면 공급사는 적절한 보충 결정을 내릴 수 없고, 결과적으로 공급망 전체 재고가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제조업에서 VMI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생산 계획, 품질 이슈, 설계 변경 등 운영 정보를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제조업에서는 유통업 VMI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라인별 소진 패턴을 반영한 보충 로직, BOM 변경을 자동으로 반영해주는 시스템, 재고 부담을 명확히 규정한 운영 기준 등 제조업의 특성에 맞는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반 없이는 VMI가 공급사에게 재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으며, 지속 가능한 협력과 성장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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