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홍수, 그 사이에 던져진 우리

기술을인간 중심으로이해하기 (0)

by 안하나


lorenzo-herrera-p0j-mE6mGo4-unsplash.jpg Photo by Lorenzo Herrera on Unsplash

초기술화되어가는 세상이다.

누구든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첨단 산업의 집약체이며, 눈 깜짝할 새에 송금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뱅킹을 하며,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냉장고와 에어컨을 사용하고, 로봇청소기는 우리가 외출할 때도 방바닥을 쓸고 닦고 있다. 온 집안에 첨단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하나도 없다. 20년 전에 우리가 상상했고, 10년 전에는 정말 가능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변화가 어느새 우리와 함께 나아가고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이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려고 매장에 갔다고 상상해보자. 분명히 누구나 인생에서 몇 번씩, 몇 년마다 흔하게 있는 일이다. 매장에서 우리는 상품을 살 때 직원한테 끊임없이 설명을 듣는다. 새 스마트폰 제품에는 더 넓어진 화면, 수십 배 빨라진 AP칩, 새로 탑재한 스피커, 광학 줌과 디지털 줌으로 기동하는 여러 개의 카메라, 그리고 듀얼 심 모드까지 있다고 한다. 분명히 그 부품 하나하나가 세계 각지의 연구소에서 최고의 이공계 엘리트들이 만들어낸 기술공학의 정수일 것이다. 포장된 완제품 전체만이 아니라, 아주 작은 스피커 부품 하나만 해도 수십 가지 기술과 수십억 원의 특허가 긴밀하게 결합되어 만들어져 있다.


tyler-lastovich-lmpuKSf2uQE-unsplash.jpg Photo by Tyler Lastovich on Unsplash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구매해서, 집에 가지고 돌아와서 침대에 그것을 던져놨을 때 자신의 새 스마트폰에서 그렇게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변화한 것은 당신이 새 스마트폰을 샀다는 사실 단 하나뿐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보다는 '구매했다'는 그 사실에 더 집중한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나고 나서 다시 뒤돌아보면 새로운 스마트폰을 샀다는 사실이 삶을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느낀다. 예외적인 사람들도 분명히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그것은 아마도 카카오톡에 접속할 때 1~2초 정도 빨라지고, 더 좋은 화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은 당신이 모르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당신의 삶을 구성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우리가 이미 변화에 적응했기에, 잘 인지하지 못한다.


기술은 사람을 통해서만 완성된다. 사람이 개발을 완성시킨다는 말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용을 하는 그 순간에 기술의 본질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기술은 그저 하나의 테크놀로지고, 서류 속의 이론과 구상일 뿐이다. 사용되기 전까지 말이다. 이건 마치 현대 예술에서 작품을 만든 작가의 의도보다 그 작품을 보고 느낀 우리의 감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반전이 일어난 것과 유사하다.


유저는 기술의 종착점이다. 단순히 유저 지향적인 제품이 좋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기술의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아무리 좋고 대단한 기술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유저는 그 기술을 열거적 방법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좋은 기술인지 들을 때, 그것이 얼마나 개발하기 힘들었는지 듣곤 하지만 우리는 별로 감흥이 없다. 인간은 기술을 자신에게 투영하여 이해한다. 기술은 그 존재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때에 와서야 인간에게 가치 있는 기술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세탁기의 발명이 여성의 인권 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기억하는가? 단순한 세탁기를 만드는 기술력의 열거적 나열을 이해하는 것에서는 결코 그런 통찰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기술을 분석할 때도 분명하게도 사용자 중심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christina-wocintechchat-com-gpMR_XKKXpA-unsplash.jpg Photo by Christina @ wocintechchat.com on Unsplash

나는 이런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정보화 시대를 거쳐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나날이 늘어가서 뉴스에 기재되고, 기술에 대한 단순 열거적 평가는 유튜브와 구글에서 정말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그 기술에 대해 사람을 투과해서 나오는 '평론적 설명'은 거의 없다. 우리는 수많은 제품들의 개발 소식을 접하지만 크게 잘 와닿지 않는 이유이다. 그런 식으로 정보를 접하다 보면 그 기술의 진짜 의미를 알지 못하고, 결국 세상이 바뀌는 '진행방향'을 잡을 수 없고, 막연하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일지라도 종종 실망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혼란의 연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이미 기술은 우리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테크놀로지라는 이름의 배우자가 말이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함께 있으면서 새로 탄생하는 의미들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 같이 살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것이 부부가 함께 사는 방법이다. 기술의 진행방향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안다. 우리는 퇴보할 수 없고, 결국엔 같이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술을 사회와 제도에 받아들이고, 우리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내재화하여, 체화해야 한다. 아마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마치 신혼부부가 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