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이해하기 (2)
요즘 주식 시장에 핫한 새로운 용어가 하나 있다.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이다. 이는 메타(meta:초월)와 세상(universe)이 합쳐진 신조어라고 한다. 단어의 정의는 여러 가지로 나뉘어 있지만, 여기선 쉽게 말해 기존 세계와 다른 가상현실의 세상이다. 우리가 그것이 무엇이든 그저 그냥 컴퓨팅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현실을 메타버스라고 새로 지칭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그리고 요즘 주식시장에 가장 핫한 주식이 하나 있다. 바로 게임업계의 리니지를 만든 엔씨소프트(NCSOFT)다. 엔씨소프트는 거의 100만 원을 호가하던 1주당 가격이 지금 50만 원 후반대까지 추락할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 글은 엔씨의 위기와 함께, 신조어 메타버스에 대한 설명을 맛있게 곁들인 글이 되겠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전례 없는 성공을 이룬 게임업계의 혜성이었다.
20년 전 리니지를 하던 청년들이 아직도 모바일로 리니지에 몰두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나에게도 아직 즐거운 대화 주제다. 리니지는 다른 게임과는 다른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조금 더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구현했다는 점이었다.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공격을 해서 죽일 수 있었고, 공성전을 펼쳐 성의 성주가 되거나,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혈맹원들이 특정 지역을 통제하여 세금을 거두고, 사냥터를 독점하기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이 게임에 열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리니지를 하고, 리니지의 세계에서 활동하고, 다 같이 승리를 위해 싸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그 성공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게임업계의 큰 손이 되었다.
리니지의 성공요인은 어쩌면 현실만큼 현실스러운 게임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른다. 당시에 게임 개발자들은 우리 세계를 모방하는 것에 더 열중하고 있었다. 배경은 다른 세계이더라도 플레이어는 사람이기에 사람들이 사회로 이뤄나가는 것을 모방하고, 원하는 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을 모니터 속 세계에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제 와서 일컫는 이른바 메타버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람들이 창조한 새로운 메타의 세상을 접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리니지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고, 싸우고 진취적으로 이루어내는 경험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그 새로운 게임 세상에 있을 때면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그 공간에만 집중하여 살아갈 수 있었다. 마치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세상은 현실과 비슷할수록 더 현실감이 느껴지게 되어 있었다. 경쟁과 협력, 그리고 사회. 여기서 엔씨의 착각이 시작되었던 것일까? 어쩌면 이 시점부터 엔씨는 게임을 현실의 미러(mirror), 축소판으로 만드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들은 메타세계에 사는 창조주가 아니다.
회사는 게임을 개발하고, 유지 보수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과 연구개발이 필요하고, 사무실과 그 부속 비용으로 많은 지출을 감당해내야 한다. 투자를 받았다면 투자자들에게 그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필연적으로 가져야만 한다. 누구나 알고,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게임에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결제 모델을 도입하게 된 아주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수익창출의 필요에서 출발한다.
초창기 온라인 게임이 출시될 당시에 게임은 패키지 게임이 대세였고, 이와 비슷하게 온라인게임은 정액제로 한 달에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게임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게임 이용료와 같은 정액제 유료정책은 동시에 하나의 진입장벽으로써, 전체 유저 풀(Pool)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메타세계에 같이 존재하는 주민이 적다면 사람들을 조우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동시에 그 세계에서의 경험의 가치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경험으로 전락한다.
결국 대다수의 정액제 게임들은 접속한 유저 수를 늘리기 위해 무료화를 진행하고 새로운 유료 비즈니스 모델을 필요로 했다.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회사가 존재할 이유도 없고, 일단 개발자들이 먹고살 수 없으니 투자금 회수도, 서버 유지도 불가능해 지속가능성 또한 없다. 게임 유저는 게임을 통해 현실과 떨어지기를 바랐지만, 이렇듯 게임 개발자들은 그 누구보다 가장 현실적으로 계산적으로 결과물을 창조해야만 했다.
분명히 게임을 오랜 시간 할 수 있는 쪽은 젊은 10대와 20대였고, 반대로 게임사의 매출을 견인할 만한 경제력을 가진 고객의 연령대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이상의 안정된 직장인들이었다. 그러나 게임이 무료인 이상, 유저가 오래 게임을 접속하더라도 게임사에 수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역으로 게임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조건으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만든다면 어떨까? 많은 현금을 지불할수록 이 세계에서 더 쉽고 빠르게 강해질 수 있다. 이런 발상의 전환으로 도입된 것이 대부분 Pay to Win의 게임 모델이라는 것은 내가 한국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하는 가장 우울한 이야기 중에 하나가 된다.
이러한 모델을 자세히 뜯어보면 메타버스 세상을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경쟁' 체제 아래 존재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유도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은 유저들을 메타세계에서 현실처럼, 서로 더 성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고 본다. 메타세계의 경쟁과 그 성공으로의 유인은 현실세계의 개발사의 수익추구의 유인과 만나, 메타세계와 현실세계의 연결지점으로 탄생한다.
이 연결지점이 존재하기에 현실세계의 자원을 메타세계의 자원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실세계의 돈을 메타세계의 돈으로 많이 교환하는 것을 '결제'라고 하고 이렇게 많은 자원을 한 번에 바꿔온 유저는 메타세계에서 아무리 많은 노력을 해서 스스로 발전한 유저더라도 아주 쉽게 이길 수 있도록 게임이 설계된 것이다. 그리고 그 비율에 제한은 거의 없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넣으면 거의 경쟁에서 아주 쉽고 간단하게, 거의 무조건적으로 승리하도록 된다. 그렇게 개발사들은 수백에서 수천만 원 또는 억 원 단위를 투자할 수 있는 거물 고객, 일명 고래들에게 집중된 수익모델을 그리는 편이 게임사 입장에서 '쉽고 편한' 방식을 아무 고민 없이 택하고 말았다.
이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철저한 경제 논리로 보자면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을 수 있다.
뽑기든 구독형이든 돈을 많이 결제할수록 승리할 확률이 올라가는 모델이 게임 시장 전반에 대세가 되었다. 아마 넥슨이 처음 도입했던 모델인 아이템 뽑기와 구독형 버프 결제시스템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나가려면 결제하지 않을 수 없는 혜택으로 제공하는 상시 이용료에 준하는 버프 결제와, 아주 희박한 확률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아이템을 '뽑을지도 모르는' 도박성의 가챠(Gatcha) 시스템은 시장에 분명히 먹혀들었다. 상자에서 나오는 희귀 아이템은, 동시에 게임에서 몇 년에 걸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마 자력으로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일컫는 아이템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세계의 자원을 붓기 시작하는 순간 간단하게 내 손안에 들어온다. 물론 지갑에 돈만 충분히 있으면.
이런 모델들은 회사에 수조 원의 매출을 안겨 주었다. 사람들은 경쟁적으로 결제를 하기 시작했다. 무료화 된 이상 게임시간이 많아진다고 해서 게임사는 이득을 볼 게 없다. 한 발 더 나아가 결제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기 위해 아이템의 오히려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계속 낮아지고, 결제하지 않으면 플레이조차 아주 불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까지 도출되었다. 어쩌면 그저 단순 트래픽 비용에 불과할 뿐인 유저들에게 메타버스의 창조주가 내리는 일종의 형벌과도 같은 셈이었다.
리니지를 통해 개발된 이런 수익모델들을 다른 게임들과 새로 개발할 차기작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임들도 이런 방식을 끊임없이 모방해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여 결국 한국 MMORPG라고 통칭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의 현주소는 아직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그리고 이 매출을 기반으로 한 게임사들의 성공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금씩, 이런 게임 세계의 진행방향은 메타버스에서 이상을 찾는 게이머들의 염원과는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게임사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유저들은 끊임없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게이머들은 현실과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는 메타세계를 바랐지만, 게임 세계는 이제 현실세계의 종속된 하나의 투기장에 불과했다. 그리고 현실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게임세계에서 조차 패배의 경험이 계속해서 누적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메타버스 세계의 나는 '새로운' 나여야만 한다.
그것이 유저들이 메타세계에 들어온 본질적인 이유이다. 현실세계의 나는 어떤 사람이건 간에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어야 우리가 그 세계에 있을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발자들이 현실의 빵을 먹어야 살 수 있다는 하나로 극단적으로 치우친 때문에 창조된 메타버스 세계는 현실의 잣대로 기준을 맞추게 되었고, 대부분 게이머들은 게임세계에서 다시 현실을 마주하게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모델 아래서 이 캐릭터는 더 이상 '새로운 세상의 나'가 아니라 그저 현실 세계의 나의 '가상 자녀'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많은 유저들은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해 금수저가 되지 못한 흙수저 '가상 자녀'들이 게임 세계에서 고통받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려고 게임을 하는 꼴이 되었다.
어쩌면 과금정책을 따라 수없이 과금을 하던 사람들도 똑같이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소위 말하는 '현자 타임'이 오는 것이다. 자신의 '부자 자녀'가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잠깐은 재미있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주지 않는다. 자신이 못 이길 것만 같던 어려운 장벽을 끊임없이 노력하여 넘어 새로운 성취를 해낸다는 경험은 온데간데없고, 그저 이미 현실의 지갑에 있던 자원으로 박치기해서 이뤄낸 성공이라는 껍데기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은 건 허무한 감정뿐이다.
게임의 본질을 잊고 철학이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 끝에 가상현실은 더 이상 가상이 아니게 되었고, 그저 여태껏 느끼고 살던 현실사회의 반복이었다. Pay to Win 결제 모델은, 결국에는 메타버스를 망친 주범이 되었다. 이건 더 이상 메타버스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메타를 만들어야 하는 창조자들이 그들이 철학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꿈꿔왔던 만들고 싶었던 세상이 아니고 단순히 결제만을 유도하는 그들조차 있기 싫은 세상에 유저인들 누가 그렇게 열심히 들어오고 싶어 할까?
유저의 풀이 적어지면 적어질수록 고과금 유저들, '고래'들도 분명히 유인 욕구가 약화되기 시작한다. 그 누구도 그 세계의 성공을 칭송하지 않고 싶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고급 외제차를 보고 잠시 선망의 시선을 보낼지 모르지만, 그들은 곧 그것을 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그 운전석에 있는 자신이 어느새 이것이 무의미하고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결제를 많이 한 사람이건, 결제를 많이 못한 사람이건 간에 이 세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지금 하고 있는 그런 것을 바라고 들어왔는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플레이어들이 원하는 걸, 메타버스의 새로운 경험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은 실망하고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수익모델도 더 이상 영원한 샘이 아니게 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엔씨소프트 그 스스로도, 많은 게임사들도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다시 되돌려야만 한다. 다시 철학을 세우고 메타버스 세상의 기준점을 삼아야 한다. 수익 잔치도 좋지만, 그 현실세계와의 연결지점은 또 다른 모델로 밸런스를 찾아서 만들어야 한다. 이미 메타버스 전체, 게임 전체가 더 이상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고 유사 현실 사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많은 유저들은 이에 실망하고 떠났다. 사람들의 신뢰를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단순한 경쟁체제로 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그 경쟁조차 현실의 경쟁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다면 누군들 결과가 뻔히 보이는 경쟁을 그렇게 하고 싶어 할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현실과 비슷한 세계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우리 사회엔 경쟁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 서로 협력하여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이나 아니면 그저 소통하고 새로운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개발사들은 '경험'을 파는 회사여야 한다. 메타버스의 세계는 미러세계가 아니라 새로운 세계라는 자각을 그 창조주부터 바로 가져야 한다.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경험들을 더 쉽고,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회사들이 생산해내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가치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