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언제 들어도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창의성을 ‘아무도 본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발명품처럼 세상에 없던 것을 단번에 창조해내는 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창의성의 본질일까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화학의 주기율표를 살펴보면, 모든 생명체와 물질은 약 100여 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원소들이 어떻게 융합되고 결합되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형태와 성질을 지닌 존재가 됩니다. 결국 이 세상에는 아무도 본 적 없는 무언가가 새롭게 등장한다기보다, 기존의 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새로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곡들이 존재하지만, 그 근간은 ‘도레미파솔라시’라는 단 7개의 음계에 불과합니다.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음악 역시 전혀 새로운 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음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열하고 조화시키는지에 따라 차별화됩니다. 창의성은 결국 새로운 재료가 아닌, 재료의 새로운 조합 방식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 도시락은 한때 저렴한 가격에 간단히 한 끼를 때우는 ‘싸구려 식사’로 인식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명 셰프와 협업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도시락 구성의 질과 디자인을 높인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전혀 새로운 소비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재료도, 용기 형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기존에 흔하던 ‘편의점 음식’이라는 틀에 고급스러운 식문화의 요소를 조합한 결과 소비자들은 전혀 다른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또한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의 ‘가상 배경 기능’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비대면 회의 자체는 새롭지 않았지만, 사용자가 배경을 자유롭게 설정함으로써 회의 공간에 대한 개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집이나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배경 이미지 하나로 사용자 개성이 드러나고, 기업의 브랜딩도 가능해졌습니다. 회의라는 익숙한 포맷에 가벼운 재미와 표현의 자유를 더한 이 기능은, 팬데믹 기간 동안 사용자들의 만족도와 몰입도를 동시에 끌어올렸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진짜로 새롭다고 느끼는 것들은 대부분 기존에 있던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창의성이란 완전히 새로운 발상이 아닌,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안에 너무 익숙하게 갇혀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모든 백조는 흰색이다.” 이 말은 과거에는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1770년, 제임스 쿡 선장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한 순간, 사람들의 믿음은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당시 사람들이 알고 있던 ‘지식’은, 그저 자신들이 경험한 세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입니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과거의 경험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지식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나심 탈레브는 이를 ‘블랙 스완’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는 말합니다. 세상을 유지하는 것은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예외의 순간이라고요. 우리가 익숙하다고 여겼던 질서도, 단 하나의 예외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합니다. 혹시 우리는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한 발짝만 옆으로 비껴서 본다면,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도구와 아이디어들이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재료를 찾기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의 이동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창의성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에 더 가깝습니다. 기존의 아이디어와 형식, 구조에 새로운 맥락과 표현을 더하는 것. 다르게 말하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가능성은 이미 충분합니다. 필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다르게 바라보는 시야의 변화와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