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저는 제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 온 것인지, 아니면 어떤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밀려온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나는 일을 선택했는가, 아니면 일이 나를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은 어느 순간 제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철학적인 물음이 되었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저는 지금 다니고 있는 건설회사를 포함해 여러 곳에 원서를 냈습니다. 면접도 여러 번 봤고, 붙은 곳도 있었고 떨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합격 통보가 온 회사들은 대부분 건설회사였습니다. 그때 저는 건설회사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어떤 업무가 이루어지는지, 본사는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조차 잘 몰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일을 선택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 일이 나를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돌아보면, 제 선택은 늘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때도 그랬습니다. 건축학과가 어떤 학문인지 깊이 알기 전에 선택했고, 들어가서야 비로소 알기 시작했습니다. ROTC를 지원할 때도 정확한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지원했고, 그렇게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일하고 있는 건설회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것이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알지 못했기에 과감히 선택할 수 있었던 결정이었습니다. 대신 저는 한 가지 원칙만은 지키려고 했습니다. “선택했으면 포기하지 않는다.”
그 원칙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왔습니다. 현장으로 갈 때도 그랬고, 본사로 갈 때도 그랬습니다. 해외 연수를 떠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결정했고, 결정한 이후에는 최선을 다해 살아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애초에 모든 것을 알고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래는 알 수 없고, 그 안의 현실은 늘 변합니다. 사람은 늘 불완전한 상태에서 무언가를 선택하고, 때로는 아쉬운 선택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히 좋은 길을 만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알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한 후 그 길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일을 선택한 것일까요? 아니면 일이 나를 선택한 것일까요? 아직도 정확한 답은 모릅니다. 어쩌면 두 가지가 모두 맞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문을 두드렸기 때문에 일이 열렸고, 일이 나에게 인연처럼 찾아왔기 때문에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저는 스스로 “내가 선택했다”고 믿는 것입니다. 선택했다고 믿는 순간,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온전히 제 몫이 됩니다. 만약 ‘이 일이 나를 선택했다’고 생각했다면 저는 어쩌면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일이 나를 끌고 간 것이라면, 잘못되었을 때도 “내 탓이 아니다”라고 핑계 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마음보다 내가 택한 길에 책임을 지며 살고 싶습니다. 선택된 사람이 아니라 선택한 사람으로, 운명의 흐름이 아니라 의지의 힘으로 씩씩하게 걸어가고 싶었습니다. 불완전한 선택이 때로는 가장 인간적입니다.
그리고 그 불완전함을 껴안고 끝까지 해내는 과정이야말로, 우리를 조금씩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제 인생의 결정들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결정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존재합니다.
“나는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 그렇기에 이 길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