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신뢰하는 사람

by DJ

회사에서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신뢰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감정 통제란 표정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라는 뜻이 아닙니다. 서운함, 억울함, 분노, 기쁨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문제는 그 감정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업무의 앞자리에 세우느냐, 아니면 스스로 정리한 뒤 일의 뒤편에 두느냐에 있습니다.


조직은 개인의 감정을 공감해 주는 공간이 아니라, 일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내는 공간입니다. 평가가 좋을 때마다 기쁨을 드러내고, 평가가 기대에 못 미칠 때마다 실망과 좌절을 내비치는 사람은 주변에 신호를 보냅니다. “이 사람은 지금 감정 상태에 따라 일의 온도가 달라진다”는 신호입니다. 상사 입장에서 이는 매우 부담스러운 신호입니다. 성과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의 기분을 살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사는 함께 일할 사람을 고를 때 능력만 보지 않습니다. 안정적으로 일을 맡길 수 있는지, 즉 감정의 기복이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적극적이고, 기분이 상하면 위축되거나 날이 서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은 늘 긴장을 요구합니다. 결국 그런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됩니다. 조직에서 관리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더 큰 역할에서 멀어진다는 뜻입니다.


일희일비하는 태도는 개인에게도 불리합니다. 외부의 평가에 따라 감정이 흔들리면 판단이 흐려지고, 집중력이 깨집니다. 하루의 컨디션이 성과 평가에 좌우되기 시작하면, 스스로를 지탱하는 기준은 점점 사라집니다. 반대로 평가가 좋든 나쁘든 같은 리듬으로 일을 해내는 사람은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은 외부 변수에 덜 흔들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집니다.


이 태도는 매일 같은 시간에 정확히 울리는 시계와 같습니다. 시계는 오늘이 좋은 날인지, 나쁜 날인지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기분이 좋다고 빨리 가지도 않고, 기분이 가라앉았다고 늦게 가지도 않습니다. 늘 같은 박자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시계를 믿고 하루를 계획합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감정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보다, 언제나 같은 태도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기준이 됩니다.


중요한 점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감정을 억누르는 태도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일의 기준으로 삼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서운함은 혼자 정리하고, 억울함은 스스로 소화하며, 기쁨 역시 과하게 표출하지 않고 안으로 간직하는 태도입니다. 그렇게 감정과 일을 분리할 수 있을 때, 사람은 조직 안에서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 진짜 필요한 사람은 감정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정을 느끼되, 그것을 드러내지 않고 관리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상황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으며, 늘 같은 자세로 자신의 일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더 중요한 일과 더 큰 책임이 주어집니다. 결국 조직이 선택하는 것은 뛰어난 감정 표현자가 아니라, 감정을 분리하고 일로 증명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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