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방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을 가질 자격이 있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이 문장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마치 현실과는 아득히 먼, 선택받은 소수만이 가질 수 있는 별 같은 이름처럼 느껴지니까요. 대신 우리는 그 꿈을 노트북 한구석, 비밀 폴더 안에 고이 접어둡니다. 퇴근 후의 고요한 시간, 모두가 잠든 새벽녘에 홀로 그 폴더를 열어보며, 세상에 내보이지 못한 문장들을 매만지다 이내 씁쓸히 창을 닫곤 합니다.
저 역시 그런 밤들을 수없이 보냈습니다. 회사 서류와 보고서들 사이에서 저의 언어는 점점 빛을 잃어가는 듯했고,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은 비좁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안에서 시들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서점에 들러 빳빳한 신간의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 넓은 세상에 내 이야기가 머무를 자리는 단 한 칸도 없는 걸까, 하는 자조 섞인 질문을 삼켜야 했습니다.
출판사의 두꺼운 문, 까다로운 심사 과정, 그리고 시장의 논리. ‘작가’가 되기 위한 길은 온통 넘어야 할 산들로 가득해 보였습니다. 내 이야기의 가치를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증명하고, 선택받기를 기다려야 하는 그 과정 앞에서 저는 몇 번이고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이야기는 이미 내 안에 있는데, 그것을 세상에 내어놓을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저를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우연히 하나의 문을 발견했습니다. 그 문은 한국의 어느 출판사가 아닌, 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거대한 서재의 입구였습니다. 바로 아마존 KDP(Kindle Direct Publishing).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영어의 장벽, 낯선 시스템, 과연 태평양 건너의 누군가가 한국의 평범한 직장인이 쓴 이야기를 읽어줄까 하는 근원적인 의심.
하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절박함이 저를 움직였습니다. 서툰 번역기를 돌려가며 더듬더듬 설명을 읽고, 수많은 밤을 새워가며 낯선 화면과 씨름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등록’하는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내 이야기의 주인이 되고, 유통과 마케팅까지 책임지는 1인 출판의 사령탑이 되는, 고독하지만 짜릿한 혁명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 이야기가 담긴 책이 아마존 스토어에 올라가던 그 순간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베스트셀러가 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롯이 나 자신의 힘으로 내 이야기의 집을 지어 올린 감격이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그다음부터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아침, 독일의 한 독자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제 이야기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는, 담담하지만 따뜻한 문장이었습니다. 캐나다의 누군가는 제 책에 별점 다섯 개와 함께 짧은 리뷰를 남겼고, 저는 그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어 읽었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이야기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사람의 마음으로 곧장 가 닿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서울의 작은 방, 제 노트북 앞에서 태어난 문장들이 지구 반대편의 낯선 이에게 가 닿아 작은 위로나 웃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제게 작가라는 이름의 의미를 완전히 새롭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브런치 연재는 그 놀랍고 경이로운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제가 겪었던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설픈 성공담을 빠짐없이 담아, 과거의 저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기를 주저하고 있는 당신에게 작은 용기와 현실적인 지도를 건네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서랍 속에도 분명 빛을 보지 못한 이야기가 잠자고 있을 겁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깨울 시간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당신의 방보다, 당신이 사는 도시보다, 그리고 이 나라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을 가질 자격이 충분하니까요.
저와 함께,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여정을 시작해보시지 않겠습니까? 이 연재가 끝날 때쯤, 우리는 서로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들고 전 세계 독자들의 리뷰를 함께 읽으며 웃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첫걸음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