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하지 않은 조용한 휴가
문은 왜 굳이 이 작은 원룸을 자꾸 찾는 걸까. 우리 집은 문제 집해 비해 매우 좁아 공간분리는 고사하고서라도 발 뻗고 편히 쉴 수 있는 구역도 넉넉치 않은데. 집돌이에 잠꾸러기인 문이 쉬기엔 본인 집이 훨씬 편할 텐데도 문은 왜 자꾸 이 작은 공간에 오는 걸까.
문이 우리 집을 찾는 순간은 보통 이럴 때다. 문은 연차나 쉬는 날이면 꼭 우리 집을 찾는다.
“쑥쑥이, 나 가도 돼?”
나는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일하지만, 문은 교대 근무를 한다. 그래서 그가 쉴 때면, 나는 늘 집을 비우고 있지만 꼭 우리 집을 찾는다.
한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문이 일주일 내내 온라인 진급 교육을 듣는 주간이 있었다. 문은 주말부터 노트북을 짊어지고는 우리 집으로 와서는 꼬박 일주일을 보냈다. 내가 없는 동안 나의 작은 공간이 문의 사무실이었던 셈이다. 아무래도 갑갑할 것 같은데 광역 버스와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우리 집에 오는 문이 반갑고 좋은 것과 별개로 의아했다.
그러다 문이 우리 집을 찾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날이 있었다. 며칠 전이었다.
“나 내일 쑥이네로 가도 되나?”
갑작스러운 외할머니 상으로 외할머니 장례를 치르고 있는 문에게서 온 메시지. 내일 발인까지 외할머니를 잘 보내드린 후 우리 집으로 와도 되냐는 것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문은 불 하나 켜지 않은 어두운 방 안에 웅크려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 조용한 숨. 나를 보자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팔을 벌렸다. 나는 까치발을 들어 문의 목을 감싸안았다.
그날 밤 잠든 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갑작스런 이별과 장례로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을 텐데, 깊은 쉼이 필요했을 텐데 여기로 오다니… 문이 지쳤을 때, 크고 작은 위로가 필요할 때, 나는 문에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고맙고, 뭉클했다. 그가 가장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사람이 나일 수 있다는 게 감사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