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도령이 머물다 간 자리(4)

유난하지 않은 조용한 휴가

by 쑥자람

언젠가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여정 속에서 사랑하는 엄마를 지병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나는 17년 전, 문은 3년 전. 각자 큰 상실을 겪은 후 상실을 극복한 우리가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앞으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고난에, 나는 문 옆에, 문은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이상한 욕심, 그러니까 문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문이 혼자였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아프고 속상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슬픔을 겪고 나를 찾아온 문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문이 찾아올 수 있는 사람, 문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문이 우리 집을 찾는 이유는 공간의 어떠함에 있지 않다는 것. 우리 집은 내 공간이고, 그곳엔 언제나 내가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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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거나, 결혼이라는 말은 아직 멀게만 느껴지지만 문이 내 공간을 자신의 쉼터 삼고, 내가 그를 위한 자리를 항상 비워두듯 언젠가는 정말로 우리가 한 공간을 우리의 쉼터, 우리의 집을 삼아 함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되는 지금이 왠지 조금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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