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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쉼표 앞의 남자』

프롤로그: 존재의 쉼표,

by 쉼표

"끝나지 않은 문장 속, 우리가 머문 자리"


삶은 여전히로 끝나지 않는다. 끝에 이르렀던 순간에도, 누구는 다시 시작한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쉼표에서 비롯된다. 숨을 고르고, 마음을 고치고,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

'이 서사는 30년 전 어느 병실 창가에서 시작된 다양한 존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숨을고르고 마음을 고치는 순간 Image 2025년 10월 27일 오전 09_57_43.png


� 1장. 《쉼표 앞의 남자》

1995년 가을.

스물다섯 살 다영은 대학병원 7층 복도를 걷고 있었다.

친구 민서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지만, 마음은 어딘가 텅 빈 듯했다.

병원 복도의 하얀빛이 그녀의 생각을 지워나가는 듯했다.

“7011호실…”

병실 번호를 확인하며 걷던 그녀는, 복도 끝 창가에서 한 남자를 보았다.

윤서와 다영과의 첫 만남 Image 2025년 10월 27일 오전 10_09_24.png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남자.

마른 체구에 여린 눈을 가진 사람이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눈빛엔 묘한 생기가 감돌았다.

다영이 지나가려던 순간, 남자가 돌아봤다.

“혹시…”

목소리는 약했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혹시 불 좀 빌려주실 수 있나요?”

“… 담배요?”

다영은 당황했다.

“여기 병원인데요.”

남자는 씁쓸하게 웃었다.

“맞아요. 병원이죠. 제가 2년 반째 사는 곳.”

“…2년 반이요?”

“치료법이 없는 병이래요. 이름도 길고, 의미도 복잡한데… 중요한 건 그냥 여기서 살아간다는 거죠. 죽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

그 말이 가슴을 쳤다.

“몇 살이세요?”

다영이 물었다.

“서른다섯.”

“서른다섯이면… 아직 한참 남았잖아요.”

남자가 웃었다. 슬픈 웃음이었다.

“인생 참 웃기죠. 스물일곱에 대학 들어갔어요. 가난해서 늦었거든요. 낮엔 공부하고, 밤엔 알바 세 개 뛰고.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는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어요. 그게 2년 반 전.”

다영은 옆에 앉았다.

왜 앉았는지 모른다.

그냥… 앉았다.

마치 그 자리가 오래전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저도 가난해요.”

다영이 말했다.

“스물다섯에 이제 겨우 대학 졸업했어요. 빚투성이에요. 아르바이트하느라 4년이 6년 걸렸거든요.”

“힘드시겠네요.”

“당신만큼은 아니겠죠.”

둘은 동시에 웃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웃음.

슬프지만, 포기하지 않은.

“이름이 뭐예요?”

남자가 물었다.

“다영이요. 별명은 쉼표예요.”

“… 쉼표?”

“네. 요즘은 그 이름이 더 익숙해요.”

“왜 쉼표예요?”

“삶에 쉼표가 필요하잖아요. 마침표는 끝이지만, 쉼표는 숨을 고르게 하죠. 그래서 전 쉼표예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이름이네요.”

“당신은요?”

“윤서.”

“윤서?”

“본명이에요. 근데 여기선 다들 환자 번호로 불러요. 7023번.”

그날 이후, 다영은 자주 병원에 갔다.

친구 민서를 핑계 삼았지만,

사실은 윤서를 보러 갔다.

윤서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다.


마무리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작은 쉼표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작처럼, 우리 모두의 삶도 계속된다.


작가의 노트

이 작품은 삶의 연속성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잠시 멈추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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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프리뷰

“저… 당신 좋아해요. 하지만 고백은 안 할 거예요.”

윤서의 떨리는 고백.
다영의 조용한 응답.
사랑은 감히 말할 수 없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 2장 《떨리는 손, 멈추지 않는 마음》 –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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