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안의 두 마음에게.
오늘은 너희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었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조금은 천천히, 조금은 진심으로 꺼내보고 싶어서.
먼저 조급한 마음에게
너는 늘 나를 앞에서 끌고 갔지.
조금이라도 멈추면 뒤처질까 봐
늘 초침 소리처럼 나를 재촉했고,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늦게까지 나를 흔들어 깨웠지.
“빨리, 더, 멈추지 마.
지금 주저앉으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어.”
그 목소리 때문에
숨이 가빠 온 적도 있었고
가슴이 답답해서 혼자 눈물 삼킨 날도 많았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불안했고
쉬는 순간에도 죄책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네가 참 고맙다.
네가 있었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섰고
남들이 보지 못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
누구보다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밀어준 사람은
결국 너였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이제 고요한 마음에게
너는 늘 뒤에서 내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아줬지.
말 한마디도 없이
그저 손을 얹고 가만히 기다려주는 그 온기만으로
울컥 눈물이 터진 날이 있었다.
“괜찮아. 지금 이 자리면 충분해.
조금 쉬어도 돼. 누가 뭐래도 너는 잘하고 있어.”
그 한마디에
나는 얼마나 오래 참아왔는지,
얼마나 스스로를 몰아붙였는지 깨달았어.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나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사실 너희 둘은
늘 서로를 밀어내며 다퉜지.
조급함은 고요함을 나약하다고 비웃었고
고요함은 조급함을 무모하다고 비난했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라진 틈처럼 흔들리며
그 속에서 조용히 아파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알게 되었다.
너희는 서로 반대가 아니라
나를 완성시키는 두 개의 날개였다는 걸.
한쪽으로만은 절대 날 수 없다는 걸.
조급함이 나를 앞으로 보내고
고요함이 나를 지켜주는 동안
나는 비로소 균형을 찾는 중이었다는 걸.
이제 나는 이렇게 부탁하고 싶다.
조급한 마음아,
제발 나를 너무 세게 밀지 말아줘.
나는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조금 늦어도, 멈춰도, 돌아가도
내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고요한 마음아,
부디 너무 멀리서 서성이지 말아줘.
때로는
“괜찮아, 이제 가보자”
하고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니.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금이 간 마음도,
흔들리며 버틴 날들도,
다 미운 흉터가 아니라
이제는 빛이 스며드는 자리가 되었다.
내 안의 상처 난 작은 아이야,
그동안 참 많이 외로웠지.
이제는 울어도 괜찮아.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울어도 괜찮아.
나는 오늘
불완전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안아준다.
서툴러도 사랑하고,
흔들려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나의 편이 되어줄 것이다.
나는 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내 안의 두 마음에게
오늘도 함께 걸어줘서 고맙다.
미안했고,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한다.
2025년 어느 가을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