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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Nov 25. 2021

속 터져

호칭

  


  찻 집은 코로나 때문인지 우리 말고는  테이블 손님밖에 없었다.

친구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전화벨이 울렸다.

  무심코 쳐다보니 '속 터져'라고 적혀 있었다. 분명 이름은 아닐 텐데,  전화기를  끄고서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했다.

  조금 후에 친구가 자리에 앉자마자

  "속 터져' 한 테 전화가 왔는데 누구니?"

  친구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 우리 남편."

  아니 왜 남편의 호칭을 그리  적었냐고 물어보자 친구는 사사건건  남편과 이야기를 하면 속이 터져 버리니 '속 터져' 라고 호칭을 붙였단다.

  그래도 좀 심한 것 같으니 다른 말로 바꾸라고 했지만,

바꿀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남편의 호칭을 뭐라고 해 놓았냐고 묻는다.

  나도 남편의 호칭을 별로 좋게 해 놓지는 않았다.

  강원도가 고향인 데다가 감자를 좋아하고 성질이 고약해

  " 불량감자"

  우리는 오십 보 백보라고 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

  그러는 사이에 친구들  명이 더 왔다. 내친김에 호칭에 대해서 묻자

  " 반쪽 "

  " 달링 "

  " 삼식이 "

  모두 다 손가락질을 하면서 야유를 보내는 친구는

  " 달링 "이었다. 친구는 이렇게 호칭을 해 놓으면 사이가 좋아질 것 같아 해 놓았다고 말했다. 친구를 탓하기 이전에

과연 우리들의 호칭이 바람직한가에 대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비정상인데 정상인 친구에게 뭐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면서  화제는 또다시 남편이 우리의 호칭을 뭐라고 했는지 물어보았다.

" 와이프 "

" 반쪽 "

" 로또"

" 여우 "

" 레몬 향기 "

같은 말이 나온 것은 반쪽이고, 와이프는 식상하고

로또 ' 우 ' 짤막한 합창을 했지만. 뜻은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 안 맞아도 그렇게 안 맞냐라는 뜻이었다.

  여우는 남편이 여배우 같은 당신이라서 여우라고 했다고 했지만, 속내는 말 그대로 여우 같아서 여우라고 했을 것이다.

  우린 모두 마지막 레몬향기에 꽂혔다. 아니 밥집 아줌마에서 할머니가 되었는데 " 레몬향기" 라니

물어보자 처음 만났을 때 자가 몸에서 레몬 향기가 나서

" 레몬 향기 "라고 호칭을 했다고 남편이 말해주었단다.

  " 아! 나도 그 소리 듣고 싶다."

  " 아니, 그런 사람하고 살고 싶다.'

  젖은 목소리로 말하자 그 소리 들으려면 남편의 호칭부터 바꾸라고 친구들이 말한다.  

  " 맞아 나는 불량감자라고 해놓고 대우는 받으려고 하니  도둑 심보다."

  나는 오늘 핸드폰에서 불량감자를 지우고

 " 따뜻한 감자 "

  라고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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