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Dec 03. 2021

눈 쌍꺼풀

오드리 헵번이 되다

  



  코로나로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모든 것이 중단된 지 한 달이  넘었다.

오늘이 일이고  내일이 오늘인 지루함 속에 갑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루 종일 집에 있다 보니 먹는 것만 늘어나고.  거기에

체중까지 3킬로나 늘었다.

  오늘도 김치 부치 개를 해 먹고 포만감에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내가 로마의 휴일에서 나오는 오드리 헵번이 되어 스페인 광장 계단에서 그레고리 팩과

키스를 할 무렵 초인종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나가보니 택배 아저씨였다.

 " 왜 하필 지금 오셨어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 마디

  생물이라 받자마자 여기부터 왔단다. 꿈에서라도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꿀 같은 연애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그것마저 나에게는 허용치 않았다.

  그런데 봄날에 개꿈이라고 하기에는 꿈이 너무 선명했다.

  끔벅거리는 영화 속의 예쁜 눈이 각인되면서 지금의 눈과 비교를 했다. 3분의 1쯤 쳐져서

예전에 쌍꺼풀은  보이지 앓고. 눈이 예전과 달리 작아져 있었다.

  분명 영화에서는 오드리 헵번의 눈이었는데. 이 생각이 스치자

   아! 이건 쌍꺼풀 하라는 신의 계시야 생각하며, 그 걸음에

성형외과를 찾아갔다.

  견적을 받은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시술비가 만만치 않았다.

  고민 고민하다가 저녁을 마친 남편에게

  "여보. 눈이 크고 좀 예쁜 여자하고 결혼하지 그랬어."

  남편은 무슨 소리야며 나를 다그친다.

 " 아니 한쪽 눈이 내려 작아지면서 눈썹을 찌르길래 성형외과 가서 눈꺼풀 성형을 하려고 했더니 시술비가 너무 비싸서 그냥 왔어."

  같이 간  수정 엄마는 턱까지 올려 나보다 시술비가 두배나 되는데 그 자리에서  카드를 긋더라.

  나는 최대한 작은 소리로 불쌍하게 말을 하고는

 소파에 가서 아무 말 없이 시무룩하게 앉아있었다.

  조금 후  남편은 카드를 주더니

  " 잘하는데서 해."

한마다 하고 내 앞에 카드를 놓고 간다.

그래 당신이 그레고리 펙  보다 낫다.  ㅎㅎ

그 카드로 쌍꺼풀 수술을 했다.  3개월이 지나자

오드리 헵번만큼 예쁘지는 않지만,  그냥 예쁜 눈이 되었다.

  그래도 그 꿈이 계기가 되어 생각지도 않았던 눈을 하고 보니 시야가 좀 넓게 보이고 눈가에 주름도 없어지고 여기저기서 눈이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보니 나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가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은

  " 예쁜 여자하고 결혼했으면 돈이 안 들어갈 텐데. 나하고 결혼해서 생돈 들어갔다."  말했더니

  "수박보다는 호박이 더 나을 때도 있어."

  이건 칭찬이야 뭐야,

  갑자기 머리에서 스파크가 일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쉼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