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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희 Dec 09. 2021

붕어빵

빈 봉투

  



  날씨가 추워지자 밖에 나가는 것도 싫었다.

  뭉그적거리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과일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마트에  갔다. 집에서 필요한 물건을 배달시키고 돌아서 나오다 보니 어디선가 붕어빵 굽는 냄새가 났다.

  예전에 없던 작은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붕어빵이 더욱더 먹음직스러웠다.

  " 이천 원어치 주세요."

  작은 봉투에 3개를 넣어준다. 작년까지만 했어도 4개였는데. 괜스레 하나 도둑맞은 것처럼 서운했지만,

사천 원어치를 사기에는 너무 많은 것 같아 더 이상은 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붕어빵을 먹으려 하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이 집 문제로  결혼 날짜를 잡아 놓고 결혼하지 않는다고 울면서 나에게 상담을 요청했고 나는 충실하게

상담에 응해주었다.

  30분 정도의  전화를 마치고 방에서 나오자 식탁 에 올려놓았던 붕어빵이 없고 빈봉투만 덩그러니 식탁을 지키고 있었다.

  살펴보니 남편이 이른 퇴근을 하고서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 욕실 문을 확 열어젖히고

  " 당신이 붕어빵 먹었어."

  " 응. 따뜻한 게 맛있던데."

  " 내가 먹으려고 샀는데 어떻게 3개를 다 먹냐."

  나는 그 붕어빵이 뭐라고 울상이 되어 있었다. 남편은 치사하다며 붕어빵 사 먹으라고 만원을 주었지만. 나는 추워서 다시 나가기 었다.

  퇴근한 딸아이가 나의 시무룩한 모습을 보더니

  " 아가가 붕어빵 때문에 화났어."

하면서 오늘 밤 지나면 내일 붕어빵이 올 거라고 말한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물었지만, 딸은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아침이 되어 딸아이가 밖에서 상자를 가지고 들어 오더니

작은 붕어빵과 국화빵을 에어 프라이기에 돌려 접시에 놓아준다.

  " 아가 오늘은 이것 먹고 잘 놀아."

  하면서 출근한다.

  딸이 출근 후에 먹어 보니 맛있고 고소하고 바식 한 게

막 구워낸 붕어빵과 같았다.

  나는 족해하며 어제 남편에게 화낸 게 미안했다.

붕어빵이 뭐라고 화내고, 속상해 작은 붕어빵만큼이나 속이 좁은 나였다.

  딸아이 말대로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이가 되어가는 내 모습에 실망감이 들었다.

  붕어빵을 튀기면 고래가 될까?

  언제나 고래 같은 마음이 되어 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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