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영희 Jul 19. 2024

집 내놔 새끼 내놔

까마귀의 절규



새벽 울음이 허공을 찢는다

까마귀들이 집단으로

모를 하고 있다


개구리울음소리보다 크고

자동차 클랙슨소리보다 크고

매미의 울음소리보다 크다


분당 정자역 

다리 밑에서

집단으로 서식하다가

일 년이 넘어서야 무너진 다리를

고친다고  모조리 뜯어냈다


다리가 철거되는 줄도 모르고

올봄 다리 밑에 새끼를 늘리던 까마귀들

입을 다문채 죽어있는 새끼들의

내부는 암흑이었다


재개발도 아니고 이주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집과 새끼를 잃은 설움에

다리를 바라보며

새벽부터 울음으로 시위를 한다


집네 놔. 새끼 내놔

처절한 목소리는

잠을 깨우고 아침을 깨운다


입에서 소리가 분리되는 순간

미처 삼키지 못한 속마음을 알았다

새끼 잃은 어미는 죽어서도 운다고 했다

까마귀 울음소리에

아침은 한 뼘씩 줄어들고

그 울음 속에 나는 아침을 묻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