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심한 독서 편식자다.
상담 심리석사를 시작할 때, 상담사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한 귀로 흘려버리고 말았다. 연차가 쌓일수록 그 말이 계속 생각난다 하하. 그러면서 직업병 중에 하나는 책을 읽는 것인데 전공도서부터 다양한 상담 관련 책들을 읽다 보니 나의 취향의 책이 무엇인지 잊어버렸다.
상담 중에 내담자 한 분이 ‘선생님 책이 많으신데 책 한 권만 추천해 주세요.’라고 했을 때,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다.
상담을 마치고 책장을 살펴보니 에세이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어딘가를 떠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드러나듯 여행에세이가 많았다. 그중 사랑하는 책을 한 권 뽑으라면 김민철 작가님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다. 바쁜 일상에서 삶을 잠시 내려두고 여행이라는 요일을 살아가는 글들을 읽으며 작가의 반짝임을 함께 경험했다.
그 이후로부터 김민철 작가님의 신간이 나올 때마다 서점을 찾아왔고 최근 [무정형의 삶]의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사인본을 구매했다.
김민철 작가님에게 파리는 꿈인 것처럼 느껴졌다. 읽으면서 책의 모든 문장에서 나의 꿈의 장소는 어디인가 고민하는 순간들이었다. 돌이켜보니 내 20대의 절반을 보낸 필리핀 세부가 애증의 장소였다. 슬픈 실패의 순간과 행복한 기억이 모두 있는 곳이니.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요일의 세부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함께 세부를 오게 되었다.
많은 요일 중, 나에게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면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