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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연준 Aug 13. 2021

엄지광대

[브런치x저작권위원회] 엄지공주가 조선 시대의 이야기로 탄생하게 된다면


   

조선시대의 이야기꾼이자 전기수가 북적이는 시장 한복판에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는 조선 한양의 최고의 전기수로 이 자가 지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은 이를 붙잡고 돈을 던지며 어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했다. 그녀의 신통한 입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그녀만을 찾았는데 글에 능통했던 그녀가 소설 내용뿐만 아니라 직접 상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람들은 어느새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저절로 건네주기 마련이었다.  

    

“자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나.” 

전기수가 둥근 머리들을 바라보며 시작하였다.

      

“이것은 실로 실화인데 유명했던 광대 패거리가 있었는데 그 짝에 키가 100cm도 채 안 넘는 자가 있다고 하네? 근데 이 자가 어름(줄타기)면 어름, 살판(땅재주)이면 살판, 버나(접시돌리기)면 버나. 심지어 입담까지 좋아 자주 인형극도 기가 막히게 했다네.” 

전기수가 말을 끝내자마자 일동 쉽게 믿질 않았다. 어느한 분야만 잘하기도 힘든 것이 사당패인데,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소화하다니. 실제로 광대의 패거리들을 본 목격자들은 더욱이 믿기 힘들었다. 



“실제로 그 판을 왕까지 봤다. 이 말이여.”

전기수 입에서 왕이 나오자 사람들은 입이 떡 벌어져 실화든 거짓이든 계속 해보라고 하였다. 그 내용을 기억하자면 이러했다.



      




 옆집에 마음씨 좋고 성실한 부부가 다 좋았는데 딱 하나 갖추지 못한 게 있다면 바로 아이였다. 이 부부는 매일 자식 하나만 낳게 해달라며 소원을 빌었는데 어느 날 집 앞에 가니 황금씨앗이 마루에 놓여져 있는 것이다. 부부는 하늘이 자신들의 뜻을 들어주었다며 그 씨앗을 묻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자 박들이 주렁주렁 자라 지붕 위까지 자라게 되었다. 그 중 유독 밝게 빛나는 황금박이 있었는데 그 박을 가르자 아주 예쁜 아이가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들은 옆집 이웃이 있었다. 이들은 심술도 고약하고 사람들을 괴롭히기로 유명한 부부였다. 이 집 역시 아이가 없었는데 모두가 부부의 못된 심술 덕분에 아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한 입 모아 말하였다. 부부는 박 안에 든 아기 이야기를 듣고 그날 밤 옆집의 박을 하나 훔쳐와 갈랐는데 그 곳에서 아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하루만에 아이가 떡하니 생기자, 보고도 참 믿기 힘든 노릇이었다. 그래도 부부는 금쪽같은 아이를 보물 다루듯 잘 키워나갔다. 근데 문제는 아이가 10살 때부터였다.      


 아이의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이었다. 좋은 밥을 먹이고, 농사 일 하나 시키지 않아도 아이의 키는 크지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크기는 커녕 오히려 줄어드는 듯 했다. 부부는 아이가 자기의 자식이 아니어서 그렇다며, 도깨비라고 하면서 10년 기른 아이를 매몰차게 버렸다. 그 일이 있고 5년이 지났다. 그 때 동안 아이는 어떠한 직업도 가지지 못했다. 키가 너무나 작아서 어떠한 일도 시켜주지 않았고, 흔한 노비조차 될 수 없었다. 

 어느 날 소년은 자기 신세가 서글퍼져 숲에서 울고 있는데 그 모습을 한 패거리가 보게 되었다. 이들은 남사당패로 재주를 보여주는 광대들이었다. 조선에서 제일 유명하지만 매일 놀음판이 비슷해지고, 나라의 재정이 어려워지자 점점 손님이 줄어들어 걱정이 많았던 참이었다. 그런 그들 눈에 바로 그가 들어온 것이다. 사당패는 단 번에 소년의 특별함을 알아 보았다.  

한 광대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우리와 같이 일하지 않을래? 너를 영웅으로 만들어줄게.” 

소년은 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뭐든 열심히 하겠다는 말과 함께 사당패의 일원이 되었다.       


 역시나 소년의 재능은 남달랐고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재주들을 구사하였다. 키가 작은 탓에 몸도 가벼워 줄에서든 땅에서든 아주 날아다녔다. 뿐만 아니라 접시면 접시요, 탈춤까지 기가 막히게 해서 사람들은 소년의 작은 키를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하였다. 이 때문인지 조선에서는 오직 소년을 보러 오기 위해 줄을 섰고 그 덕분에 돈도 아주 두둑이 받을 수 있었다. 조선에서 이들의 명성이 높아지자 왕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유희를 즐길 줄 알던 왕이 이들을 초대하였고 사당패는 직접 알현하여 왕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왕은 그 공연을 아주 만족스럽게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소년을 주목하였다. 이 것이 널리널리 입소문을 타, 소년의 이름은 더욱이 높아져 갔고 많은 사람들이 소년을 기특하게 여기며 따르게 되었다.   

 소년은 더 이상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동안 소년은 터무늬 없이 작은 키에 스스로를 흉하게 여겼고 미워하였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년을 좋아하자 그 역시 자신을, 자신의 키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소년은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소년이 키가 작아서 ‘엄지광대’라고 부름과 동시에 비록 작지만 강한 힘이 있고, 사람들을 재밌게 하는 재주가 있어 작은 영웅이라고 칭했다. 그는 패거리의 말대로 정말 영웅이 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전기수가 했던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그 후 돈을 벌만큼 번 그는 광대 일을 그만두고, 마음이 약해서 자기의 부모를 찾아갔는데 부모는 이미 죽고 없대? 그가 텅 빈 마루에 앉아 슬퍼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자기 앞에 어떤 사람이 다가왔는데 키가 꼭 엄지만했다네. 그리고 서로는 서로가 한 번에 알아봤지.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그리고 자연스럽게 혼인을 하고 부부가 되어 착하게 살다 갔다네.” 

 전기수가 말을 하고 동안에 사람들은 더 몰려서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아 그리고 엄지광대의 부모는 초가집만한 거대한 박에 깔려 죽었다는데 이건 믿거나 말거나. 믿음은 구걸이 아닌 자유. 그러니 다들 사람 함부로 미워 말고 착하게들 살라고.”    


  

 말을 마친 전기수가 이야기를 끝내고 뒤를 돌았다.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이 이야기로 전기수 인생 중 가장 큰 돈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엄지광대의 이야기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떠돌아다니지만, 엄지광대의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되어 오랜시간이 지나도 많은 이들이 그의 존재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위로로 다가왔다. 자신의 단점을 더이상 갉아먹지 않고 자신에게 숨겨진 재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언젠가 자신이 능력이 발휘할 수 있는 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어떠한 원동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러니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가져온 엄지광대를 오랫동안 기억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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