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의 의미
몸을 깨끗이, 마음을 깨끗이 하고 나면 다음 차례는 옷차림이다.
젊을 때는 무엇을 입어도 젊음 자체가 모든 것을 덮어준다. 어설픈 패션 감각도, 어울리지 않는 색깔도, 심지어 다소 구겨진 옷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받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옷차림은 그 사람의 품격과 내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잘 차려입어라"는 말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요, 비싼 명품을 걸치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나이 듦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소홀히 하지 않고, 삶을 능동적으로 대하며,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품격을 유지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옷 잘 입는 방법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차려입는 것일까?
아무리 비싸고 좋은 옷이라도 구겨져 있거나 얼룩이 져 있다면 그 가치는 반감되고 자칫 누더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잘 차려입어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바로 청결과 단정함이다.
깔끔하게 면도하고, 머리 바로 빗고, 깨끗이 세탁한 옷을 반듯하게 다림질하고, 아랫도리 지퍼 바로 올리고, 단추 제대로 잠그고, 옷차림에 맞는 깨끗한 신발을 신은 차림새는 누구에게나 깔끔한 인상을 줄 뿐 아니라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을 보는 나 자신에게도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더운 여름철, 실버타운이라는 공동 커뮤니티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배 밖에 안 보이는 배불뚝이 영감과 팔다리가 겨울 마른 가지 같이 앙상한 꺽다리 영감이 집안에서나 입을 법한 몸에 착 달라붙는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식판을 들고 다닌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순간 밥맛이 떨어져 고개를 돌려 버렸다. 자신의 신체적 약점은 가리고 장점은 살리는 옷차림. 이는 자신을 잘 보이게 하기 위함을 넘어서서 그런 모습을 보는 타인의 시선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꼭 노티 나는 옷을 입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어울리지 않는 젊은이 행세는 참으로 꼴불견이다. 나이 70이 넘은 사람이 젊은이들이 입는 청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고 나부닥대는 모습은 나이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청춘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것 같아 보기 안쓰럽기까지 하다. 청바지를 입지 말라는 게 아니다. 청바지도 청바지 나름. 칼라, 재질, 몸에 달라붙는 정도가 다 다르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지 말라는 게 아니다. 문제는 그 옷이 자신에게 얼마나 어울리는지, 아래위 안팎이 얼마나 어울리는지 잘 살펴보고 입으라는 말이다.
TPO(Time, Place, Occasion), 때와 장소와 상황을 고려한 옷차림은 성숙한 어른의 기본 소양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격에 맞지 않는 편한 옷차림으로 참석하는 사람,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모자를 쓰고 먹는 사람, 심지어 주일날 교회에서 예배를 보면서 모자를 쓰고 있는 남정네들을 보면 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었나 싶다.
‘사람의 격은 옷에 있지 않으나 옷이 그 격을 드러낸다’라는 말처럼 깔끔하고 단정한 옷차림, 격에 맞는 옷차림, 나이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차림은 타인에게 존중받는 비결이자 우리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활력을 선사하는 마법 같은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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