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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북돋우어라

by 한우물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세월을 더해간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무게가 자신을 서서히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을 체감하는 과정이다. 사회의 중심에서 멀어져 가고, 건강은 예전 같지 않고, 수입도 현저히 줄다 보면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이나 말 한마디에도 쉬 감정이 상하고 위축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가장 절실한 것은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활기를 되찾고 생기를 뿜어내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감사하는 마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

이것이야말로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건이자 행복으로 나아가는 디딤돌 같은 것이다.

감사의 조건은 내가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온 천지에 널려 있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고, 숨을 쉴 수 있고, 일어나 걸어 다닐 수 있고, 밥 먹을 수 있고, 밤에 잠들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문제는 비교하는 마음이다.

남과 비교하고, 젊었을 때 팔팔거리며 잘 나갔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누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 어리석은 마음일랑 지나가는 바람에 실어 보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활기찬 하루를 보내보자. 그리하여 나 자신부터 에너지를 충전시켜 밝은 기운으로 충만케 하자.


밝은 인사

내가 근무하는 병원에 30대 초중반의 여직원이 있었다. 그녀는 원내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밝은 미소와 함께 "안녕하세요." 하며 큰 소리로 인사했다. 점심시간에 직원 식당에 들어갈 때면 문이 열리자마자 누구에게라고 말할 것 없이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며 들어갔다.

그녀는 나와 같은 층에 근무했기에 하루 한 번은 그런 그녀의 인사를 받았고, 그러고 나면 다소 우울했던 내 마음도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해피 바이러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시니어타운이라는 커뮤니티에 들어와 살게 되다 보니 주말을 빼고는 만나느니 노인네들뿐이다. 60세 이상의 나이 든 사람들만 사는 공동체. 젊을 때에 비해 기력은 떨어지고 다들 자기 몸 건강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아무래도 타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곳에서 오며 가며 마주치는 이웃들을 볼 때마다 그녀가 떠올라 일면식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먼저 웃으며 인사했다. 미소 띤 밝은 인사. 이 해피 바이러스의 효과는 여기서도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긍정적 대화

얼마 전에 한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대학생 때부터 정말 가까웠던 친구가 있었다. 졸업 후에는 각자 자기 길로 가서 1~2년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만날 때는 더 반가웠다. 하지만 장년이 지나고 중년이 지나면서 그와의 식사 자리가 점점 불편해졌고, 노년에 들어서자 더 힘들어졌다. 이제 그와 만날 때는 옛정을 생각해 인내심을 발휘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괴로운 사이가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과 만사에 부정적인 대화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친구가 사는 단골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으면서도 음식에 대해 트집을 잡으니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 한다.


충분히 공감 가는 이야기였다. 이런 일은 비단 그만의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다 한 번씩 옛 친구를 만나다 보면 처음엔 무척 반갑고 좋지만, 갈수록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서로 다른 인생길을 가면서 긴 세월이 지난 후 각자가 처한 사회경제적 수준(Socioeconomic level)의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이질감과 위화감이 가장 큰 것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진정한 친구라면 그런 것 서로 이해하고 옛 추억 떠올리며 밥 한 끼 정도는 즐겁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세상살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몰랐을 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분량의 사연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제 나이 들어서는 그 사연 하나하나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때로는 연민의 눈으로, 때로는 자부심 가득한 눈길로 쓰다듬고 끌어안아야 할 때다. 그러니 이제 누구를 만나더라도 식사하며 대화를 나눌 때는 밝고 긍정적인 대화를 하자. 신세 한탄하고, 남 험담하고, 음식 트집 잡고, 다른 사람들 관심 없는 재미없는 이야기 질질 끌며 혐오 바이러스 퍼뜨리지 말고, 공통의 화제, 재미있는 이야기, 칭찬하는 말로 밥맛을 북돋우고 분위기를 띄워 보자.


웃음과 유머

흔히 고해(苦海)로 비유되는 험난한 인생길에 웃음만 한 보약도 없다.

신이 천지 만물을 만들면서 웃음이란 선물을 준 대상은 인간뿐이다. 개가 웃을 수 있나? 소가 웃을 수 있나? 오직 인간만이 웃을 수 있다. 이 얼마나 큰 특권인가!


버나드 쇼는 말했다. 늙었다고 웃는 것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웃지 않기 때문에 늙어가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웃음은 신이 노년에게 내린 가장 훌륭한 보약이며, 당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최고의 활력소라고.


이런 특권을 누리고 살며 남에게도 전파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바로 유머 감각이다.

유머는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경직된 순간을 웃음으로 넘기는 웃음 유발제이자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유머 감각은 타고나는 것이라지만, 그것도 하기 나름이다. 타고난 밑천이 부족하다면 배우고 익혀 조금씩 불려 나가면 된다. 이 부분에 관한 한 필자가 산 증인이다.


깨끗이 하고,

말쑥하게 차려입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유머와 밝은 대화로 타인까지 웃고 즐겁게 만드는 노인이라면 그 누가 반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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