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즐거움(2)

'노력'을 강조하는 우리사회의 숨겨진 진실

by 허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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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노력해서 안되는 일이 어디있어. 노력을 안해서 문제지!" 친척 어른들이 많이 하시던 말이다. 나는 공부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집안환경에서 자랐다. 공부를 못하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모든 사회가 노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유독 노력을 강조한다. 아니 집착한다. '왜 그럴까?!'


나의 주변사람들은 나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진희야, 너는 정말 대단해. 아니 애 셋을 키우면서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다 해내니? 열정이 대단한 것 같아!" 나도 내가 열정을 차고 넘쳐서 남들 보다 많은 일을 해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깨닫지 못했던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남들 보다 큰 불안감이었다.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었다.


20대 나의 꿈은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었다. 하지만 30대와 40대에 걸쳐 아이 셋을 낳으면서 나의 꿈과는 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까지 들었다. "니가 나가서 벌어봐야 얼마나 번다고!"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다시 되살아 나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내가 아이들에만 집중하느라 나를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 20대 나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꼭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이 한 순간에 치솟았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과 나를 살펴보았다. 이미 40대가 되었고 사회는 아주 급변하고 있었다. 애들 아빠의 월급으로는 아이셋을 키워낼 수 없는 날이 곧 오겠다는 생각에 꽂혔다.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감에 견딜 수 없었다. 성공에 대한 열망과 불안감이 나를 열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게 한것이다. 사실은 많이 불안했던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노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유행에 민감하다. 유명한 연예인이 명품백을 들고 TV에 나오면 그 상품은 바로 품절이 된다.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생각이 우리의 무의식에 들어있다. 우리는 부자가 되면 이것은 곧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할것없이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한다. 그리고 남들이 타는 차는 나도 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하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불안감이 함께 밀려오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생각하는 성공에 대한 개념은 없고, 모두가 부자가 되면 성공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불행을 가져온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한 현실 직시능력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했으니 성공하겠지'라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결국은 실패와 좌절의 쳇바퀴를 돌게 된다. 누군가는 착각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소리치고, 끄집어 내 주어야 한다. 그러기에 앞서 자신이 지금 착각속에 있는지 현실속에 있는지 살펴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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