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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부(가짜이민)

by 김미현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집은 끝내 우리 것이 되지 않았다.

이주일을 기다린 끝에 돌아온 건, 짧은 한 줄 뿐이었다.

집주인은 다른 가족을 택했고, 중개인의 전화는 다시 오지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아들은 몸을 앓았다.

나는 이마에 손을 얹으며 수없이 물었다.

“우리가 정말 잘한 걸까.”


그러나 문득 알게 되었다.

열흘 동안 우리가 얻은 건 집도, 학교도 아니었다는 걸.


트램에서 흘린 눈물,

광장에서 다잡은 결심,

낯선 이가 건네준 물 한 병,

제부도의 바닷가에서 마신 맥주 한 캔.


그 작은 순간들이 우리를 앞으로 밀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국적도 언어도 다른 세 사람이

낯선 땅에서 한 지붕 아래 모여

다시 출발해 보기로 했다.


제부도의 바다와 독일의 광장이,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묘하게 이어져 있었다.


진짜 이민의 길은 이제 막 열리고 있었다.



#해외생활 #가족에세이 #브런치북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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