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5므10730 판결은 오랜 혼인생활을 이어온 부부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나 협의 없이 혼인 중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주요 재산을 일방적으로 처분한 행위가 과연 민법 제840조 제6호가 규정하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다툰 사건으로서, 민법이 규정한 이혼사유의 범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혼인생활이 단순히 정서적 결합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공동체라는 성격을 본질로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말하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란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혼인의 본질적 기초로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그 혼인관계를 강제로 지속시키는 것이 한쪽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대법원은 일찍이 1990므1067 판결이나 2020므14763 판결에서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과 책임,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 보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왔는데, 이번 사건은 그러한 법리가 구체적 재산처분 행위와 결합되어 판단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혼인생활은 단순히 두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결합만이 아니라 부양과 협조라는 상호 의무를 전제로 한 경제적 공동체로서, 가정공동체의 존속을 가능하게 하는 기초적 기반은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형성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단순히 경제적 자산의 총합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실현하고 협조의무를 구체화하는 터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민법 제830조가 부부의 특유재산과 공유 추정 재산을 구분하고, 제827조 제1항에서 일상 가사에 관한 부부 간 대리권을 인정하며, 제833조에서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원칙적으로 부부가 공동 부담하도록 규정한 것은 결국 부부를 경제적 공동체로 파악한 입법자의 인식을 반영한 것이고, 나아가 제839조의2와 제843조에서 재산분할제도를 두어 이혼 시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을 명의와 관계없이 분할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혼인생활의 경제적 공동체성을 청산하는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배우자인 원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 63년간의 혼인생활 동안 두 사람이 협력하여 마련한 부동산을 자신의 단독 명의라는 이유만으로 생존한 5명의 자녀 중 장남에게 연속적으로 증여하였는데, 이 재산은 단순한 개인적 자산이 아니라 부부 공동생활의 기초가 되는 거주지나 생계수단으로 쓰인 농경지 등 사실상 가정의 경제적 기반을 전부 차지하는 것이었으므로, 그 처분행위는 원고의 기초적 생존과 독립적 생활을 곤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부부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관계를 본질적으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원심은 이러한 재산 갈등이 다소간의 불화나 장애는 초래했지만 혼인관계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킨 것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대법원은 혼인생활의 기초가 되는 주요 재산을 정당한 이유 없이 배우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을 형해화하거나 위태롭게 하여 상대방 배우자에게 혼인생활의 지속을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만드는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판결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혼사유에 관한 법리를 단순한 정신적 불화나 성격 차이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 공동체로서의 혼인생활의 기반이 일방적 행위로 파괴된 경우까지 확장하여 적용한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은 단순한 재산적 가치가 아니라 혼인공동체의 존속을 위한 필수적 토대이므로, 이를 일방적으로 처분하는 행위는 곧 혼인 그 자체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사유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둘째, 이번 판결은 재산분할제도의 취지를 다시금 환기시키는데, 재산분할이란 단순히 이혼 시 재산을 나누는 절차적 제도에 그치지 않고, 부부의 협력을 통해 형성된 경제적 공동체를 공평하게 청산하고 이혼 후의 독립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 장치라는 점을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셋째, 본 사건처럼 장기간의 혼인관계 속에서 쌍방이 협력하여 형성한 재산이 특정 자녀에게만 편중되게 이전되는 경우, 이는 단순히 재산분쟁 차원이 아니라 가정공동체의 균형과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평가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고령화와 장기혼인 부부의 증가로 인해 장기간 형성된 공동재산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재산처분행위가 단순한 재산권 행사인지 아니면 혼인파탄을 초래하는 위법적 행위인지의 경계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한다. 특히 자녀에게 재산을 편중 증여하는 행위는 상속 설계의 차원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으나, 배우자의 동의 없이 공동재산을 사실상 몰수하듯 처분하는 행위는 혼인의 본질적 기초를 흔드는 중대한 위법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태도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준거점이 될 것이다.
결국 대법원 2025므10730 판결은 부부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의 본질적 의미와 가정공동체의 경제적 기반으로서의 성격을 다시금 부각시키면서,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그 기반을 파괴하는 경우 이는 곧 혼인의 파탄 사유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으며, 이는 단순히 이혼소송에 국한되지 않고 부부 재산관계 전반에서 상호 협의와 동의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판례로서, 혼인제도의 실질적 운영에 중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