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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최경민의 '예의'

김왕식







* 예의


시인 최경민



옆자리가 그랬다
살아있으면 유기동물 구조협회구요 죽어있으면 청소업체예요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나가면
누울 자리를 뺏긴다는 걸

그래도 가야 한다
새벽에 하는 연민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반대편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쌍했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고양이는
새벽에 일어난 우리들보다
조금 더 불쌍하다

그래도 다 보고 올까요
죽어있는 것도
살아있는 것도

우리는 그러기로 했다
관할구역 끝까지 갔다
사실은 좋아하지 않는 걸 하는 게
기본 예의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2025 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 시는 최경민 시인의 2025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품이다.
최경민 시인의 '예의'는 연민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우리가 외면하거나 무시하기 쉬운 진실들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 시는 유기동물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이 선택해야 하는 태도와 행동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이 시는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는 메시지를 통해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작가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우리가 개인적인 감정이나 선호를 넘어 다른 존재를 위한 행동을 할 때 비로소 진정한 예의를 실천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특히, 살아있음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하며 느끼는 인간의 연민과 불편함을 담담하게 묘사함으로써 책임감이 단순한 동정심이 아니라, 적극적 실천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의 언어는 간결하고 담담하다. 화려한 표현보다는 사실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를 사용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유기동물 구조협회"와 "청소업체"라는 대비되는 이미지는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를 날카롭게 드러내면서도, 우리가 외면하기 쉬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문장은 일상 속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이 시의 핵심적인 미학적 가치를 형성한다.

이 시는 연민과 책임감을 중심으로 한 인간다움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마주하기 싫은 현실(죽음,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간결한 문장과 대화체로 이루어진 이 시는 누구나 쉽게 읽고 공감할 수 있다. "살아있으면 구조, 죽어있으면 청소"라는 구절은 냉정한 현실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화자의 내면 갈등과 실천하는 모습은 연민을 단순히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으로 확장시킨다. "그래도 가야 한다"는 반복적인 결단은 시의 감정적 중심을 이루며, 인간의 책임감을 상징한다.

요컨대, 이 시는 "좋아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진정한 예의임을 강조한다. 단순히 동물 구조라는 상황을 넘어,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어려움과 책임감을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다. 간결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 시는 현대인에게 인간다움의 의미를 다시 묻는 탁월한 시로 평가할 수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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