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기쁨이 슬픔에게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슬픔이 기쁨에게, 기쁨이 슬픔에게






슬픔은 삶의 바닥에서 솟아오른다. 기쁨은 그 바닥 위에서 빛난다. 두 감정은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거울이다. 슬픔이 깊을수록 기쁨은 선명해지고, 기쁨이 클수록 슬픔은 더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고통은 차가운 돌벽이다.
그 틈새에서 민들레가 피어나듯 희망은 언제나 자라난다. 좌절은 꺾인 가지다. 그러나 그 상처에서 새순이 돋아난다. 절망은 길고 긴 겨울이다. 그러나 그 겨울 속에서 봄은 이미 자리를 틔우고 있다.

인생은 두 색의 대비로 이루어진다. 눈물은 강물의 빛을 깊게 하고, 웃음은 그 위에 햇살을 쏟는다. 슬픔은 그늘을 드리우고, 기쁨은 그 그늘에 별빛을 심는다. 어둠은 빛을 돋보이게 하고, 빛은 어둠을 견디게 한다.

민들레 한 송이는 폐허 위에서도 피어난다. 바람에 흩날린 씨앗은 절망의 땅에 다시 희망을 심는다. 무너진 자리마다 꽃은 피어나고, 꺼진 자리를 따라 새로운 불빛이 태어난다. 아픔이 없으면 희망은 자라지 않는다. 눈물이 없으면 웃음은 가볍다.

삶은 직선이 아니라 파동이다. 내려앉는 곡선이 슬픔이라면, 솟아오르는 곡선은 기쁨이다. 두 곡선이 이어져 비로소 하나의 리듬이 된다. 인간의 마음은 그 리듬 속에서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며, 결국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슬픔은 기쁨을 깊게 한다.
기쁨은 슬픔을 견디게 한다. 둘은 서로의 언어이며, 서로의 무늬다. 고통과 좌절, 절망 속에서도 민들레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것. 그것이 인간 존재의 증거이자, 삶이 우리에게 내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고귀한 은총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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