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2. 2023
아무리
구겨져도
돈은
돈이다.
ㅡ
한 대학교의 강의실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난다.
그날의 강의는 특별했다.
이유는 단지 교수님이 무슨 말을 하실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교수님의 손에는 10만 원짜리 수표가 들려있었고, 그 수표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돈을 가질 사람 손 들어 보세요."
그 말에 모든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 후 교수님이 수표를 주먹에 꽉 쥐어 구겨버렸다. 우리 모두 놀랐다.
다시 물어보셨다.
"이 돈을 가질 사람 손 들어 보세요."
그 질문에도 모두 다시 손을 들었다.
구겨진 돈이지만,
그래도 돈은 돈이다.
다음 순간,
교수님이 수표를
바닥에 내동댕이쳐 더럽혔다.
또 물었다.
"이 돈을 가질 사람?"
또 모든 학생이 손을 들었다.
돈의 가치는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교수님이 하셨던 말이 아직도 남아있다.
"여러분들은 구겨지고 더러워진 10만 원짜리 수표일지라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군요. “
말을 이어가셨다.
"'나'의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구겨지고 더러워진 '나'일지라도, 그것의 가치는 전과 다르지 않게 소중한 것이랍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실패하더라도,
사회의 바닥으로 추락하더라도,
그것이 나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소중하고,
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가치는 나만의 것이며,
그 무엇도 그것을 빼앗을 수 없다.
그날 배운 가치에 대한 교훈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
실패하더라도,
사회의 바닥으로 추락하더라도,
여전히 나는 나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나'이다.